무더위 속에 생각나는 몽골의 겨울과 튀르키예 폭설
날씨가 너무 덥다.
하루종일 에어컨을 작동시켜야 더위를 견딜 수 있다.
더위가 가시고 가을의 선선함이 찾아온다는 절기“처서(處暑)“가 찾아왔지만 더위는 요지부동이다.
처서가 되면 마법처럼 더위가 끝난다는 “처서 마법”도 기후위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무더위 속에서 마음이라도 식혀 보고자 몽골의 겨울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났던 폭설을 기억해 본다.
몽골의 겨울은 혹독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하 40도에 이르는 극한의 추위를 견뎌야 한다.
여기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한의 추위를 맞이한다면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몽골 사람들은 추위에 홀로 떠도는 이들을 못 본 체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삶의 공간을 기꺼이 내어 준다.
몽골의 게르를 방문했을 때, 그 누구도 하룻밤 묶어가는 것을 거절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쾌하다.
나도 언젠가 홀로 떠도는 이가 되었을 때 누군가의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몽골 사람들은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안심하고 길을 떠날 수 있다.
유목민인 그들에게 겨울은 삶을 위협하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관습을 만들어 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몽골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약 3주 동안은 햇빛을 볼 수 없게 한다.
갓난아이의 시신경이 안정될 때까지 어두운 방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의 지혜가 멀리 있는 것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몽골인의 뛰어난 시력을 만들어 낸다.
몽골인의 평균 시력은 4.0이라 한다.
4.0의 시력은 넓은 평원에서 물과 풀을 찾아 유목 생활을 하고, 야생동물로부터 가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즉 시력은 곧 생존이다.
유라시아 대륙 깊숙이 자리한 몽골에서는 사막과 초원의 건조함과 겨울의 혹한을 동시에 이겨내야 한다.
몽골의 혹독한 자연환경은 우리에게는 낯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들이 먹는 것, 거주하는 것, 살아가는 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몽골의 기후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단순히 그들을 구경하는 관광이 아닌 그들 삶을 이해하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여다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또한 이는 비단 몽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다녀왔던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폭설과 추위로 떨었던 기억과
3일 동안 내린 폭설로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었던 이스탄불 공항의 설국 풍경으로 추위를 상상해 본다.
혹독한 몽골의 겨울과 이스탄불의 폭설을 생각나게 만들 만큼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하루빨리 한풀 꺾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