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물소가 많았던 깐까우 우시장(牛市場)
오래전 우연히 베트남 영자신문에서 라오까이성(省)의 시마까이현(縣)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베트남 북부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깐까우 우시장(牛市場, Buffalo Market)이 열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궁금하였었는데 기회가 생겨 가보았었다.
베트남 북부 지역의 유명 시장은 박하시장이다.
박하시장은 매주 일요일에만 장이 열리지만 박하시장에서 약 30Km 떨어진 시마까이(Si Ma Cai) 지역의 깐까우 시장((Cán Cấu Market)은 토요일에만 장이 열린다.
시마까이 지역은 주로 화몽족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중국 국경과 가까운 지역으로 베트남에서도 오지라 할 수 있다.
박하시장에서도 우시장이 열리지만 규모면에서 깐까우 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깐까우 우시장을 보기 위해서는 박하(Bac Ha)로 가야 하는데 하노이 미딩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서 약 8시간이 소요되었다.
새벽 시간에 박하에 도착해 미리 예약한 홈스테이에서 소개한 몽족 가이드 아주머니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서 깐까우 시장으로 향했다.
박하 버스 터미널에서 깐까우 시장까지는 오토바이로 약 1시간가량 걸렸다.
오토바이를 주차하고서 시장 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시장 길목에서부터 내다 팔 물건들을 땅바닥에 진열한 소수민족분 상인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화(花) 몽족(Flower H’mong)들이 많이 살기에 전통복장이 나름 화려하였다.
색(色)이 있는 시장이다.
시장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낡은 시장 간이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그 안에는 가게들이 촘촘히 모여 있다.
간이 시장 건물 안에는 옷, 생필품, 기타 공산품 등을 파는 가게가 있으며, 한쪽 편으로는 간이식당들이 있었고 외부 바깥쪽으로는 가축시장이 있었다.
베트남의 시골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대부분의 시장들이 이런 형태로 되어 있다.
가축시장에는 새끼 염소도 팔고, 새끼 돼지도 팔고 닭도 팔고 강아지도 팔고 있다.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오자 이번에는 옷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예전에는 모든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
마리화나(삼베) 줄기를 말려서 실을 만들고, 베틀로 옷감을 짜서 인디고(Indigo, 쪽) 등 여러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그들만의 색(色)을 입히면 옷감이 완성된다.
그리곤 완성된 옷감을 바늘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수를 놓고 꿰매어 옷을 만들어 입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옷 공장에서 합성 섬유에 공업용 염료로 염색하여 만든 옷을 구매하여 입고 다닌다고 한다.
저렴하며 오래 입을 수 있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굳이 만들어 입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은 아무리 오지라 해도 비껴갈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혼식에 입을 전통복장은 아직도 직접 손으로 만들며, 대략 4~5년이 걸린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계단에 물통들이 줄을 지어 있어 궁금해서 물어보니 집에서 만든 전통 술을 팔고 있다고 하였다.
베트남 전통주는 만드는 방식이 우리네 안동소주처럼 증류식으로 만들며 아주 독하다.
그리고 집집마다 재료와 방식이 조금씩 다르므로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하였다.
이곳은 주로 옥수수로 술을 만든다고 하였다.
깐까우 재래시장 건물을 나와 모퉁이를 돌아서 조금만 걸어가면 베트남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우시장이 나온다.
여기에 있는 소들은 모두 물소(버펄로, Buffalo)다.
베트남에서 물소는 주로 농사용과 결혼식과 장례식 시에는 식용으로도 이용된다.
넓은 공터에는 정말 많은 물소들로 가득하다.
물 반 고기반이 아니라, 물소 70%, 사람 30%으로 우칠인삼(牛七人三)이다.
물소들 사이를 이리저리 다녀보았다.
한쪽에서는 흥정이 잘 되었는지 즉석에서 현금이 오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보통 물소 한 마리가 소의 상태에 따라 한화로 약 1,500,000~2,500,000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하였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으로, 이들에게 소 한 마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도 예전에 시골에서는 소가 재산목록 1호였다.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서자 소싸움을 시키고 있었다.
소싸움을 재미로 하는 것인지, 도박용으로 판돈이 걸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재미가 있다.
어디에서 이 많은 소들이 왔는지 궁금하며 한편으론 신기하다.
이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소와 물소 사이를 다녀야 하는 곳으로 깐까우 우시장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소를 보았던 곳이다.
이곳 사람들에겐 매주 토요일마다 소를 사고파는 거래를 하는 우시장이지만 낯선 여행객에게는 보기 힘든 진풍경이라 할 수 있다.
시장하면 역시나 먹거리를 빼놓을 수가 없다.
깐까우 시장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에는 재래시장에서 사람글이 모여 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맛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없던 식욕도 생기면서 때론 반드시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기곤 한다.
아무래도 현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할 수 있다.
시장의 먹거리 장터에는 몽족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돼지고기 수육에 옥수수로 만든 술로 한잔 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재래시장의 장날에는 한주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서 친구, 지인들과 만나 서로의 안부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술 한잔을 기울인다.
오지에서 시장의 기능은 상품을 사고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만남의 장소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간식거리로 튀김, 소시지, 생선, 가마솥 두부 등도 팔고 있다.
시장 구경을 마친 후 가이드의 도움으로 돼지수육을 안주로 한잔 마셨고, 가마솥 두부도 조금 맛을 보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비 위생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음식에 대한 편견과 의심을 지워버려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깐까우 시장을 둘러보고서 박하로 출발했다.
또다시 가이드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야 한다.
박하에서 깐까우로 갈 때는 이른 아침이라 구경을 하지 못했던 풍경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엉덩이가 아파 경치 좋은 곳을 골라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서 오토바이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단식 논들이 많이 보인다.
베트남 북부지역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계단식 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혼자서 주변을 둘러 보고서 돌아오자 새벽부터 깐까우 시장 구경을 시켜준 몽족 가이드 아주머니가 멍 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