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여름 날,
한 노부부가
길을 건너려 한다.
신호등 앞 우거진 나뭇잎이
빨간불에 비춰
붉게 물들었다.
여보, 저거 좀 보시오.
나뭇잎이 붉게 물든 게
꼭 단풍 같지 않소?
남편은 이리 말하고
아내의 손을 꼭 잡는다.
아내는 별말 없이
붉은 나뭇잎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리곤 남편의 손을
꼭 쥐어 본다.
신호가 초록불로 바뀐다.
부부는 길을 건너지 않고,
함께 신호등 앞 나뭇잎을 바라본다.
더 선명해진 초록의 빛깔.
그 옛날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던 때를 떠올리며
부부는 잠시 상념에 젖는다.
삶이 비록 풋내나고 쓸쓸한 여정일지라도
우연히 신호등을 보고
단풍을 떠올릴 수 있는 이가 함께 있다면
그 삶은 꽤나 살아봄직하지 않겠냐고,
부부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