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가로등이 꺼지면
골목길 한편 우두커니 선
그녀는 없는 존재가 된다.
딸깍.
가로등이 켜지면
둥근 불빛 아래
그녀의 그림자가 진다.
그림자가 너무도 커 보여
더 초라해진 그녀는
자신의 검은 실체를 마구 밟아 댄다.
삶이 다 타버리고 남은 재를
밟아 없애 버리려는 듯.
밟아도 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삶의 그을음.
개탄스럽기도, 감탄스럽기도 한
생(生)의 질김에 절망하며
그녀는 목놓아 울었다.
그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뚜벅뚜벅 자신의 한가운데로 걸어가
주저앉은 채 검은 그림자를 어루만진다.
삶을 타이르듯, 죽음과 타협하듯.
얼마 후 그녀는 또 검은 그림자 옆에서
목놓아 울리라.
그렇다 하여도, 그렇다 하여도
그녀는 또 다시 삶을 보듬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