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림자 밟기

by 도라

딸깍.

가로등이 꺼지면

골목길 한편 우두커니 선

그녀는 없는 존재가 된다.


딸깍.

가로등이 켜지면

둥근 불빛 아래

그녀의 그림자가 진다.


그림자가 너무도 커 보여

더 초라해진 그녀는

자신의 검은 실체를 마구 밟아 댄다.

삶이 다 타버리고 남은 재를

밟아 없애 버리려는 듯.


밟아도 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삶의 그을음.

개탄스럽기도, 감탄스럽기도 한

생(生)의 질김에 절망하며

그녀는 목놓아 울었다.


그 절망의 끝에서 그녀는

뚜벅뚜벅 자신의 한가운데로 걸어가

주저앉은 채 검은 그림자를 어루만진다.

삶을 타이르듯, 죽음과 타협하듯.


얼마 후 그녀는 또 검은 그림자 옆에서

목놓아 울리라.

그렇다 하여도, 그렇다 하여도

그녀는 또 다시 삶을 보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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