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덕질이 내 삶에 주는 의미

by 도라

나는 지금 내가 덕질하고 있는 아이돌 멤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사실 한마디로 정의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말을 고르고 골라 나의 진심을 한 문장에 적어내 보자면, '내 운명에 툭 하고 떨어진 너무너무 귀여운 똥강아지'.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그녀는 나에게 사이버 반려견이라 대답할 수 있겠다. 사람을 보면 꼬리를 마구 흔드는 강아지처럼 팬들만 보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없이 맑은 미소를 짓는 사람.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그녀가 내게 전하는 위안과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사실 예뻐서 좋아하는 이유도 크다. 누군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대라 한다면, 외모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큰 이유다. 일단 너무 귀엽다. 귀여우면 끝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 눈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 그래서 이미 이 게임은 끝난 것이다. 내 머릿속은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으며, 일상에서 스트레스 받는 순간이나 짜증나는 순간, 지치는 순간, 삶에 공허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이게 사랑의 힘이다. 사람들의 더운 열기와 짜증이 뒤섞인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그녀의 영상을 보며 간신히 숨을 쉰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 영상이라도 못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나 싶을 때가 있다.


연락할 사람도, 연락하고 싶은 사람도 없이 퇴근 후 고요한 집에 도착했을 때, 고된 하루를 끝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몸을 겨우 벽에 기대고 앉아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보내는 메시지 하나가 눈물날 만큼 벅찬 감정을 선사하기도 한다. 반복되는 하루와 불투명한 미래, 초라하게 느껴지는 현실에(그렇다고 늘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느날 문득 이런 감정들이 나를 향해 파도처럼 들이닥칠 때가 있다)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정말 단순하게 이 아이들의 다음 활동을 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곤 한다.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연애시대>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희망이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는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여기에서 '연애'를 '덕질'로 바꿔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신 없이 출근 준비를 하고, 정신 없는 일과를 마치고, 정신이 빠진 채로 너덜너덜하게 퇴근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바닥에 겨우 앉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을 내쉰다. 말없이 공허한 눈빛으로 들여다 본 SNS에서 새롭게 뜬 아이돌의 짧은 영상만 봐도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고 나도 모르게 웃음꽃이 핀다. 바로 직전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는데 말이다. 이 찰나의 감정만으로도 오늘을 버텨내고, 내일을 살아낼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가족도, 친구도 내게 아무리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 하여도 그들과의 상호작용이 이 감정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덕질엔 덕질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 분명히 있다.


누군가는 왜 나만 놓으면 끊어질 인연에 그렇게 시간과 돈을 쓰냐고 하겠지만 쳇바퀴 같은 우리 삶에 동력을 주는 것만으로도 실로 대단한 감정이 아닌가?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 보기, 연애, 반려동물을 키우기, 쇼핑 등등 일상에서 우리의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덕질도 똑같이 우리의 감정을 들끓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그렇기에 누군가 쉽게 가벼이 평가할 만한 감정은 아니다. 애초에 누군에게도 피해주지 않는 감정에 타인이 평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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