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선택

남들이 너는 안 될 거라고 해도 오기를 부린 이유

by 도라해

집에 돈이 없어서 문창과 과외를 그만둔 이후,

며칠 밤을 울다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돈이 없어서 과외를 받지 못한다고 바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힘으로 실기 준비를 해나갈 것인가.

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한 달간의 짧은 과외를 받고 바로 포기하기에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소중한 꿈이었다.

그렇다면 울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책을 찾아 읽고 글을 써야 됐다.


문창과를 가겠다는 나에게 주변 어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뛰어난 애들은 이미 상도 많이 받고 두각을 보였어..”

“재능이 있는 애들이나 하는 거야.”

“그냥 성적 맞춰서 갈 수 있는 곳을 지원해야지.”


이상하게도 안 될 거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니 더 오기가 생겼다.

혼자서 실기 준비를 해나갔다.

고집을 부린 결과는 처참했다.

지원한 모든 문창과에서 떨어졌다.

나에게 안 될 거라고 말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수치스러웠다.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 꽁꽁 숨어있고 싶었다.

끝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 나는 정말 재능이 없나?’

‘괜히 오기를 부렸나?’

‘재능이 있는, 정말 뛰어난 아이들만 해야 되는 건데 나 같은 애가 괜히 손댈 분야가 아닌 걸까?’

‘나의 욕심일까.’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재능의 부족함을 느꼈으니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재능을 조금씩 키워갈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딱히 없었다.

그렇다면 인생을 걸어볼 만했다.

오히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기에 좋아하는 것에 인생을 걸겠다는 결정이 쉬웠다.

재능도, 돈도, 공부 머리도 없는 내가 도전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 아닐까.


마음을 정한 이후로는 알바를 하면서 재수생활을 했다.

집안 사정을 알고 있으니 원서를 접수할 때 필요한 돈을 모아야만 했기에 오래 고민하거나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하면서 틈틈이 대입을 위한 준비들을 해나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이 들었다.

자주 혼나가면서 일을 배웠고 일이 끝나면 힘이 들어서 종종 눈물이 났다.

그냥 울면서 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불안감에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바쁘고 힘들고 어려웠던 일도 시간이 지나자 점차 적응이 되었다.

욕을 먹는 횟수도 줄어갔다.

나를 좋게 본 점장님이 종종 농담으로 대학을 가지 말고 그냥 여기 매장에서 매니저를 하라고 했다.


“그냥 우리 매장 매니저해. 대학 가봤자 뭐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매니저 하면서 돈을 좀 더 모아.”


이런 얘기들을 듣다 보니까 많이 흔들렸다.

꿈을 좇으며 사는 것이 맞는지

꿈이 나에게 사치이자 욕심은 아닌지

때때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중간에 잠시 알바를 그만두기도 했다.

너무 흔들릴 때는 나를 흔드는 바람이 부는 곳에서 피하는 것도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지난한 재수의 끝에서는 다행히도 문예창작학과에 추가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실기로 합격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디어 끝이 났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치열하고 막막했던 1년을 보내고 나니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열아홉에서

원하는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20살이 되어 있었다.


사실 힘든 재수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글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본 진심 어린 관심과 칭찬이 너무 좋았고,

행복했고,

그 말의 힘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를 믿었다기보다는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 너무 고마워서 희망을 품었다.

적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많은 말보다 믿어주는 단 한 마디가 더 중요했다.

그 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그에 마땅한 노력도 필요했다.

진심이 담긴 한 마디는 누군가의 일상과 삶을 바꿔 버릴 만큼의 큰 힘이 있었다.


여전히 나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편에 서있다.


어린 시절 귀인과의 경험으로 인해, 말의 힘을 믿는 어른으로 자랐다.


앞으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며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이다.

그 말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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