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이 되던 시기에 후광이 나는 사람을 만났다

후광이 나는 그가 나에게 준 것

by 도라해


*


부푼 꿈을 안고 대학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시절,

확실히 홀로 고립되어 글을 써나가던 때와는

많이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여러 경험을 해나가며

내 세계가 확장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겼다.


기대와 달리,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빠르게 찾아왔다.

복병은 바로 문창과에서는

발표나 토론, 합평 등

말을 해야 되는 수업이 많다는 것이었다.


분명 비슷한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개성이 살아있는 글을 쓰고

자신감 있게 말을 하는

같은 과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점차 위축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못하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이 싫었다.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도 많이 했고

주목받는 것도 불편했다.

타인 앞에서 말을 하기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문창과에 온 것이었지만

막상 문창과 수업은

작품을 써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쓴 작품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점차 수업에 가는 것이 괴롭게만 느껴졌다.

종종 수업에 빠지기도 했다.


수업에서 내가 말할 차례가 되었을 때에도

긴장한 탓에 말은 꼬이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나와는 달리,

문창과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글을 잘 쓸 뿐만 아니라 말도 잘했다.

말을 해야 하는 수업이 끝나면 자주 자괴감에 빠졌다.


발표 보다 더 큰 문제는

수업을 갈수록

나의 글을 자꾸 숨기고만 싶어진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서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대학에 들어오기 전,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이고

평가받은 경험이 많이 없었기에

그들의 피드백이 더 세게 다가왔다.

마음을 후벼 팠다.

자신감을 잃으니

점차 글을 쓰는 것이 별로 재미없게 느껴졌다.



*



이토록 스스로 작아져만 가던 시기에,

우연히 들은 법 관련 교양수업에서

한 교수님을 만났다.

사람에게서 후광이 비춰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그때 알게 되었다.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본인도 이 대학 출신이라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습,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키워가는 노력,

학생들을 생각하고 애정하는 마음이

후광을 만들어냈다.


법교양 과제를 제출했던 날,

교수님에게 답장 메일을 받았다.

문예창작학과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를 응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받은 직접적인 응원이었다.


진심 어린 응원을 받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엄청 오고 싶어 했던 곳이었음에도

언제가부터

끊임없이 부족함과 불만을 찾아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다.


그때 다짐했다.

절대 맘속으로라도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그 다짐이 때때로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다시 다잡고 응원의 한 마디를 떠올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교정보호학과 수업에

흥미가 생겨 부전공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이후 전공 수업에서 발표를 해나갈 때도

여전히 떨리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이를 견뎌낼 힘이 생겼다.

부족한 스스로를 인정하며

버텨내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글 쓰는 문예창작학과와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교정보호학과,

두 개의 과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근본은 같았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단단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글쓰기는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 할 수 없는 것이었고,

범죄자를 교정, 교화시키는 분야의 공부 또한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깊은 사랑과 믿음이 없으면

지속해 나갈 수 없는 분야였다.


부전공으로 교정보호학과의 공부를 하며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는지

그 깊이 있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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