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치유/교육

by 태은




이명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청이 다 떨어질지경이다.













몸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이 소음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에서는 숫자 '일층'이 '열층'으로 들리고, 상대의 말(단어나 문장)이

뭉개지거나 왜곡되어 들린다.


'고요하다'라는 문장을 써놓고 한순간만이라도 이 상태로 있어보고 싶어 몸부림친다.


밥과 빵 대신 과일을 먹고,

과일보다 채소를 더 먹고

채소보다 물을 더 먹는데

내 몸은 계속 부풀어 오른다.

공기를 품고 하늘로 날아 오르고 싶어 하는 에드벌룬 마냥



2년 전 어느 날 아침,

잘 자고 일어나 침대 밑으로 내려서는데 왼쪽 발목이 통증으로 휘청거렸다.

자는 동안 발목이 접질린 모양이다.

그럴 수도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게 아직도다.

침도 약도 필요 없었다.

궁금해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다리와 발을 잇는 관절이 흠결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럼에도

통증은 발목 안쪽 깊숙이 숨어서 때를 엿본다.

어느날은 한발짝도 걸을수 없겠고, 또 어느날은 멀쩡하다.

그러니 괜찮은 것도 아니고 안 괜찮은 것도 아니다

의사도 나도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통증으로 걸을 수 없는 날엔 그저 '거참, 지조 있게 쭉 그렇네!' 할 뿐이다.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는 왼쪽 무릎이, 내려올 때는 오른쪽 무릎이 번갈아 가며 아프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서로 챙기는 사이좋은 형제 같다.

한쪽은 생뼈와 생뼈가 서로 스치며 난도질하는듯하고,

또 한쪽은 무릎 안쪽부터 허벅지 쪽으로 길게 이어지며 칼로 근육을 쭉 긋는듯하다.

내가 쓰는 몸이고, 만물을 볼 수 있는 시력 좋은 눈도 있다.

그럼에도

내 몸속은 들여다볼 수 없으니 또 엑스레이를 찍었다.

나이 들어 힘 빠져 가는 피부 속에 감춰진 내 뼈대는 결코, 예쁘다 할 수는 없지만 튼튼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흠결 하나 없었다.



왼쪽의 허벅지가 시작되는 부분에서부터 무지근한 통증이 골반과 허벅지로 퍼져나간다.


예전에,

지금보다 한참 젊었을 때

집 밖을 나서 걷다가 똭!!

마치, 잘 움직이던 로봇의 다리가 삐걱거림의 예후도 없이 순간 딱 멈춰 따로 노는 것처럼,

단 한 발자국도 다리를 들어 올리지 못해 처참한 지경이던 때가 있었다.

수많은 군중들이 바쁘게 오가는 길 한복판에서.

지금 괴사가 일어난 것 같은 관절이 그때의 그 관절이다. 엉덩이와 다리가 연결된 고관절.


지금

내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삼라만상의 생명 있는 것들은 어느 때고 모두 먼지로 돌아가듯,

내 몸도 그러하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주 오래전, 파랗게 젊었을 때.

난소의 염증을 제거하기 위해 배를 가르면,

전날 초음파에서 분명히 보았던 혹덩어리가 보이지 않았다고 의사들은 난감해했었다.

(그때 그 의사는 전날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배를 열었다 그냥 덮거나, 다행히 혹이 보여 제거하기도 하면서

수술하기를 몇 번인지..

그때부터 내 몸의 자연스럽고 자율적인 운행체계는 무너졌다.

자연의 일부라는 나의 몸이.

우주의 축소판이라는 나의 몸이.


음양과 오행이 부조화한 자연은 갖은 고통의 근원이 되었다.


끝없는 질병과 결핍과 외로움을 잘 엮어 만든 그물에 걸린듯한 삶이 버거워

구구절절이 눈물 콧물 쏟으며 기도도 해 보았으되

아무래도 나는

지난 생의 모든 업을 이번 생에 다 갚는 중인 모양이다.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다양한 힐링 시도 끝에 이 글을 올리는 지금 나의 몸은 위의 증상들로부터 거의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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