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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란 Feb 01. 2024

말을 위한 말

후회 02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내가 먼저 하고 싶어서 위로를 너무 가볍게 건네온지도 모르겠다.


말 뿐인 말들, 말을 위한 말들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부주의했지요. 미안해요. 나는 분명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도, 슬픔의 깊이와 고통의 무게와 침묵의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꽁지에 불이 붙은 새처럼 퍼덕거리다 비명처럼 공허한 말들을 잔뜩 늘어놓았겠지요. 말에 무슨 힘이라도 있는 양 목에 잔뜩 힘을 주고서 말이에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주 작은 것에서 마음을 발견하거나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나의 감각의 메커니즘이 오늘은 몹시 추레하게 느껴진다. 수치를 견디기 어려워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숨을 곳이 없다. 되도록 좀 더 고요하게, 좀 더 가만하게 지내야지. 나는 점점 더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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