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란 Feb 17. 2024

더는 울고 싶지 않아서, 안녕.

20240206_01

생각이 행동을 앞질러 발을 내딛기도 전에 넘어지고, 생활에 발이 묶여 원하는 곳으로 빨리 날아갈 수 없는 나는, 덕분에, 청춘의 시간을 훨씬 지나와서도 여전히 불안 위에 서있다.


먹이고 입히고 바둥거리는 동안 내 자리는 좁아져 가고, 또 다른 불안이 들러붙어도,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너의 말처럼 세상은 친절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은걸. 아직 막내가 어려서 변수(아이가 갑자기 아프다든지)가 많을 것 같다는 이유로 나는 아주 아주 작은 일도 맡을 수 없었다. 끊어진 경력을 다시 만들 수도 없지만, 있는 아이를 없앨 수도 없잖아. 그러니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게, 제자리에만 있는 도태된 삶 같았어?

끝까지 해보는 건 없고 가능성만 추구한다고?

닫혀있는 문이 많다는 건 두드려야 하는 문이 많다는 거야.




대화 중에 무안함을 느끼는 순간마다 속울음이 혀를 말아서 목구멍에 숨겨주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허물어진 마음의 내벽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어김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한 사람이 온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뿐이니까 나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지, 잘 되었으면 해서 한 말이겠지. 이렇게 몇 번 더 참아보는 것이 구질구질한 나의 패턴이다. 우리는 제법 긴 시간을 알아 왔으니까. 너는 그러면 안 된다고, 너만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너무 쉽게 바라고 믿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피가 모조리 식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다만 더 울고 싶지 않다.


이번 생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들을 이루어 보려고 어떤 곳에서는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평행우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는 생(生)마다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가슴에 품은 사랑이나 소망은 잊히지 않나 봐. 얼마나 아픈 이야기니. 나도 잘살아 보려고 했었어. 하지만 우리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몇 번이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아무래도 나는 더 울고 싶지 않다.




우아하게 서서히 멀어지는 방법도 있겠지만, 서서히 흐르는 시간을 견뎌 낼 수 없을 만큼 나는 이미 부서져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나는 나와 너를 미워하게 될 뿐이겠지. 나는 괴로워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너는 알았다고 했지. 제때 쏟아내지 못했던 감정의 뭉텅이가 얼마나 어설픈지, 얼마나 공격적 일지 나는 알았다. 다시 붙일 수도 없게 관계를 산산조각 낼 것도. 그렇게 한때는 소중했던 것이 부서지는 것을, 시간선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나는 그냥 보고 있었다. 마지막에서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



이제 그만 울고 밥도 먹을 거야.

답답한 나 때문에 고생 많았어.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심규선/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

https://youtu.be/KlQLkO8ApS4?si=_nwWkV8By1I_W7hv


매거진의 이전글 달이 없는 밤, 별이 많은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