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6_02
변하는 것도 마음, 그대로인 것도 마음. 봄비는 요란하고 마음은 소란합니다. 형언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언어는 힘을 잃었습니다. 그 순간 균형을 잃은 나는 힘껏 밀어낸 세월의 반대편으로 떨어졌습니다. 무서워서 시(詩)의 끄트머리를 잡았더니 너는 왜 쓰려고 하느냐고 시가 물었어요. 이제는, 모르겠어요. 시가 나를 떠나고 나는 계속 떨어지는 중입니다.
지나가면 그만이라던 세월은 차곡차곡 쌓여있었습니다. 나는 그 위에 집을 지으려고 했었나 봐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나 봅니다. 나는 살기 위해서 쓰려고 한다고, 반듯하고, 단정하게 살고 싶었다고 소리 내 보았지만 소리는 곧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부러지는 것을 보았고, 불완전한 언어의 집이 허물어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 힘없는 말들에 그다지도 슬퍼했으니, 이대로 끝까지 떨어져야 마땅하겠지요. 여기서 멈추면 나를 감고 있던 세월이 내 목을 조르고 나는 보기 좋게 매달리고 말겠지요.
세월이 엮어 만든 외피가 뜯겨 나가며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아지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태초는 매우 고요할 것 같거든요. 쉬지 않고 흐르던 눈물이 비늘이 되려고 합니다. 인간의 모습일 때 어느 누구와도 화목하지 못했던 것이 무척 씁쓸합니다. 물속에서 영원히 사는 것은 나의 오랜 소원. 이번에야말로 나는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아닌 것이 되면 언어를 잃겠지만, 나 자신의 이름으로 서고, 나 자신만의 이유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어쩌면 자살하는 중입니다. 여하튼 지금은 그렇습니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너드 커넥션/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