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심전도 검사기기를 제거하기 위해 병원에 갔습니다. 33년생 어르신이 진료를 받으러 오셨더라고요. 일흔이 넘으신 듯한 따님이 휠체어에 태우고 와서 간호사에게 증상 설명을 합니다. 귀가 어두워서인지 어르신들은 크게 말씀하셔서 본의 아니게 사정을 다 듣게 됩니다. 어르신이 요즘 소화가 안되어 식사를 못하셔서 힘이 없으시다고요. 식사만 잘하시면 아무 문제없겠다고요. 우리 할머니는 27년 생이니까 아프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살아계실 수도 있었겠지요. 그랬으면 (나에게는) 좋았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지금보다 밥을 더 잘 챙겨 먹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할머니가 세상에 안 계시니까 나는 밥을 먹으면 자꾸자꾸 체하고, 대신 나이를 꼬박꼬박 먹고 있습니다. 꾸역꾸역 잘도 먹고 있습니다.
증상만 남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할까 봐 무섭습니다. 통증과 그로 인해 유발되는 불편을 견디는 것에 서투르고, 아이들은 너무 더디 커서 눈앞이 깜깜합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깊이 오래 자고 나면 숨이 차분해지고 정신도 덩달아 맑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