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일기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이미 30도라니.
더위가 체력, 입맛, 의욕, 숙면을 차례로 앗아가고 있지만
혼자 있을 때는 에어컨 틀기도 뭣해서 창문을 열어놓고
좀처럼 불어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며
한 자도 읽지도 쓰지도 못하다가 결국 누워버린다.
아아, 찬 밥에 볶은 콩가루랑 설탕 넣어서
쓱싹쓱싹 비벼 먹고 싶다.
중간중간에 뭉친 밥과 설탕이 있으면 별사탕 같아 더 좋지.
아니면 찬 밥을 물에 퐁당 말아서 오이지랑 먹고 싶다.
오이지하고만 먹고 싶다.
오이지는 반드시 물기를 볼끈 짜낸 것이어야 한다.
입 속에서 아삭아삭, 여름을 거뜬히 이겨낸 것 같으리라.
해 먹기 어렵지 않으니 당장 먹으라고?
그런데 할머니가 해줬으면 좋겠다.
선풍기에 손가락 넣지 말라고,
발로 선풍기 끄지 말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할머니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