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열 다섯 번째 주제
지금의 모든 순간에
내가 뻗은 손길 사이사이에
오늘의 한숨이 담기고
어제는 오늘의 끝에 묻히고.
잊혀지고 싶지 않은 욕심
잊고 싶지않은 기억으로
지금의 모든 순간을 담는다.
네 기억 속에 내가 담기지 못할지언정
내 추억 속에 당신을 담았노라,
상처는 돌고돌아 나를 휘감는
아픔이자 슬픔으로 되돌아와도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벅차도록 행복한 것을
그대도 알아주길.
발끝까지 설렘으로 가득한
나의 지금을 당신이 꼭 질투해 주길.
-Ram
1.
제대로 굴러가는 톱니바퀴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발을 내딛는 곳이 톱니바퀴인지도 모르겠다.
올바른 마음을 먹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현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싫어하는 것이 정말 싫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이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배고픈 것이 배고픈 것인지 모르겠다.
참고 있는 것이 정말 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느끼는 것이 분명히 있다.
2.
좋은 영향을 주고,
더 좋은 영향을 받고 싶다.
그럼 나는 더더 좋은 영향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고,
더더더 좋은 영향을 받길 원하겠지.
3.
어느 누구의 마음도 의심가능하며,
어느 누구의 감정도 무시할 수 없다.
어느 누구의 웃음도 진실하지 못하며,
어느 누구의 눈빛은 진실하다.
어느 누구의 말에는 사랑이 담겨있으며,
어느 누구의 심장은 뛰고 있다.
어느 누구의 진심은 통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의 속마음은 담백하다.
4.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움직인다.
-Hee
1.
창문을 들추고 들어온 햇살에
얼마전 널었던 이불의 기분좋은 촉감에
친구로부터 온 연락의 메시지음에
감았던 눈을 떠본다.
지금,
눈을 뜬 이 순간
그이가 나의 팔베개를 베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다며 내 휴일의 방문을 두드리던
내 휴식의 일부가 되어준 그이의 향기를 느낀다.
내가 잘 때 함께 자고, 밥을 먹을 때 함께 먹고
만화책을 볼 때도, 게임을 할 때도, 드라마를 볼 때도
그저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무엇이든 곁에 있기만 하면 좋아할
그런 사람을 그려본다.
그만큼이나 서로를 소중히 할 친구를 그려본다.
기상 후의 짧은 단상은 접어두고, 집을 나설 준비를 시작한다.
2.
지글지글 고기를 굽고,
술잔을 마주 치고, 이야기를 나눈다.
술자리의 의미라는 것은 딱히 없다.
업무적 의미에서 관계적 의미로의 기대도 부질없다.
그저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
그 사이에서 서로를 조금은 더 알아가는 것.
서로간의 격의는 잠시 내려두는 또다른 소통의 시간.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에 이자카야에 있던 우리의 모습을 기억해둔다.
사진을 찍듯이 지금의 순간을 머리속에 담아둔다.
-Cheol
한때는 가족만큼 가깝게 지냈던 애틋한 관계가 지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져 전화도 문자도, 보내기까지 한참 망설이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다가도 ‘잘 지냈어? 요즘은 어떻게 지내?’ 다음에 오고가야 할 말들이 도무지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핸드폰을 놓아버리고 만다. 연락이 닿지 않은 시간동안 까슬까슬해진 거리감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십중팔구는 왜 소식이 뜸했냐며 외려 내 안부를 더 걱정해줄 사람들에게도 내 유난함이 참 한결같다.
비참해지는 방법들은 배우지 않고도 잘 알아서 새긴다. 요즘은 그럴 때마다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궁금한 사람들의 이름을 검색하고 타임라인에 펼쳐진 소식들을 보고 혼자서 조용히 안부를 듣는다. 며칠 전에는 사촌들의 sns를 천천히 살폈다. 아직 학생인 사촌은 나만큼이나 소식이 없고 다른 한 명은 sns 활동이 활발했다. 나는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는 전라도 비하 글들을 잘도 찾아내 댓글을 달고 있었다. 여전히 쓸 데 없는 일에 열심인 사촌이었다. 그 애가 조금 안쓰럽다가, 그런 일에 힘들이면서도 잘 지내는 것 같긴 해서 좋다가, 그 다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이렇게, 오가는 말 없이 얻어지는 안부는 대개 의미없이 하찮아지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단출히 생일을 보내는 기분이 여전히 낯설다. 생일이 되면 의도하지 않은 연락들이 닿는다. 내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생일이지만 그들은 나보다도 더 소중히 여겨주는 것이다. 내 마음같지 않게 지나는 시간들 사이에 그 말들은 퍽 대수롭다. 진심없이 툭 던지는 말이었더라도, '생일축하해'란 말에 '고마워'라 답하고 다시 대화가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순간. 같은 시간에 서로를 생각하며 오가는 짧은 말들이 내게 너무 값지다. 다른 사람 생일을 내가 얼마나 잘 기억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생일을 빌미로라도 짧은 인사를 건네야겠다는 마음이 인다. 조금 더 나아지면 선뜻 말을 건네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는 빈말을 건넬 수도 있겠지.
-Ho
2016년 3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