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스물 다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그런 친구가 있다.


무엇을 해도 멋지고 당당한 사람.
항상 응원해주고 싶고,
늘 좋은 공기에 둘러쌓여
밝게 웃는 모습이 기대되는 사람.


친구라는 단어로 엮인 것이
몇 해가 지났는 지에 대한 것은
이미 지루할만큼 당연한 사람.


내가 바닥 끝까지 추락할 때에도
아득히도 먼 이국에서 방황할 때에도
망설임 없이 위로의 손길을 욕심낼 수 있는 사람.



이렇게나 당연한 사이라도
가끔은 조금 감성적인 말로
서로를 그리워 할 줄 아는 사람.


우리가 다른 삶을 살아오다가
어쩌면 딱 한 번만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나
당연한 사이가 된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수 십명, 수 백명 많은 사람들보다
우리의 사이가 몇 백배는 단단하고
아끼기에 충분한 사이라는 것이,


그런 사실들이 매일 고마워지는 사람.



-Ram


예전에,
친구를 외국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사실 그땐 엄청나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그때 나는 내가 참 감정표현에 서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잘 다녀오라고, 몸조심하라고, 정말 보고싶을거라고,
많이 걱정할거라고, 그리워 할 거라고, 이왕 가는거 정말 야무지게 하고 오라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오라고, 좋은 사람들도 잔뜩 만나라고,
그렇게 차분하게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막상 헤어지는 순간에 이야기를 꺼내려니 눈물이 쏟아졌다.
바보같이.
만감이 교차하며, 마음이 한가득 벅차올라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왔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이고, 준비하고, 연습했던 말들을 거의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쏟아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시선을 저 멀리 던졌지만,
이미 친구는 나의 눈물을 보았고, 덩달아 함께 시선을 저 멀리로 던졌다.
그 순간만 생각하면 지금도 괜시리 눈물이 고인다.
헤어지는 순간들은 언제나 마음이 벅차다.



-Hee


1.
오랜동안 연락해온 친구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


그러다보면,


다시 보고 싶은 친구
마주치기는 좀 꺼려지는 친구
언제나 든든한 친구
서먹서먹한 친구


그래도,


결국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게 되는게 또 친구
어떤이와 다시 만나게될지 알 수가 없는게 친구


때때로는 아스라이 잊혀져가고
때때로는 선명히 사귀게 되는 것이 또 친구.


나에게 너는 언제나 선명한 친구였으면 좋겠다.
너에게 나도 언제나 선명하도록 해야겠다.


2.
저녁 7시, 해변이 바로 앞에 있는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
여행자 여섯이 모여 바베큐를 함께 굽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로의 멋적은 인사가 오가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보는 여행자들끼리 모여 무엇부터 이야기해야할까?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불편한 자리가 되지는 않을까?

아무대화도 없으면 어쩔까?


이런저런 사소한 걱정들은 금새 사라지고


어떻게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여행을 하며 무엇을 하는지,
지내는 곳은 어떤지,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던 이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이라는 하나의 세상과 다른이들의 세상들이 만나게 된 자리는 서로에게 격의없이 새로운 인상들을 심어주고 활력이 되어준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너무도 외롭고 쓸쓸할 수도 있는 혼자만의 여행. 그들은 자신과 같이 여행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과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으로 하나도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들의 시간은 노을져가는 밤바다와 함께 무르익었고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아침은 쉽게 느껴볼 수 없는 새로운 인상으로 나를 깨운다.


단지 하루 저녁 즈음 스쳐간 우리.


선명하지는 못하여도 아스라이 마음 한 편에 놓인다 하여도
구태여 다시 만나야 할 일이 없음에도 우리,


다시 만나 반가워할 수 있을까?
친구라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궁금한 나는 아직은 순수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순진한 것일까.



-Cheol


친구 여럿과 여행을 가기 전 소소한 앙케이트를 준비했다. 가장 빨리 결혼을 할 것 같은, 평생 혼자 살 것 같은, 돈을 가장 많이 모았을 것 같은, 10년 뒤 가장 성공해 있을 것 같은, 자기보다 잘생겼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하나같이 가볍고 유치한 질문들이었다.


“자, 다음은 10년 뒤에 가장 크게 성공해 있을 것 같은 사람이야. 1등은…”


예상 외로 가장 성공해있을 것 같은 사람은 내가 됐다. 질문들 마다 답들은 장난기 가득한 이유와 의도들로 진정성이 터무니없이 흐려졌고 이제 친구들은 그때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도 못 하지만 내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 선명히 생각난다. 박탈감에 절어 애쓰는 모습이 그들에게 일종의 노력처럼 보였을까. 함께 놀았어야 했을 때 혼자서 끙끙 거리던 나는 어떻게 보여졌을까. 답에 대한 가장 큰 이유가 주관이 뚜렷해서라는데 어쩌면 굳이 세상을 복잡하고 힘들게 살려는 습관들이 그렇게 보였을까.
그 애들이 생각하는 나와 스스로가 인지하는 나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산란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나의 모습이 어떤 꼴을 하는지 친구들이 알긴 할까. 젠체하는 모습 뒤에 외소하고 겁에 질린 얼굴이 그 순간에는 너무나 싫어져서 외려 더 착잡해졌다.


“일단은 고마운데 조금 얼떨떨하다, 야. 너네 덕분에 사는 게 조금 더 부담스러워졌어.”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우리 생각이니까 네 의견은 아무런 필요없음ㅋ.”


여전히 잘 하는 게 의미부여에 확대해석이라 정말 별다른 의미없는 말들이었을지라도 친구들의 말을 좀 믿어보기로 했다. 아주 약간, 자존감이 오른다.



-Ho


2016년 5월 2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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