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서른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너를 애써 그리워하지 않아도

내 눈길 닿는 곳에 네가 있다.


너는 얼마나 커다랗고 아련한 존재이길래

여름밤 바람 향기에도

네가 조금 보고팠다.


창가에 비치는 나뭇잎 자락에도

타일 위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도

모든 것들이 너로 인해 일어나는 것만 같다.


너는 어떤 존재이길래

나는 눈을 뜨는 오늘도

다가올 내일도

나를 이토록 애태우는지.


온갖 것들을 끌어안고 싶다.

그래야만 온전히 너를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너를 아낄수 있을 것만 같아서.



-Ram


1.

"난 이미 그때 그 생각은 끝났어"

그녀가 말했다.

너무나도 정당하고 건전한 그녀의 비판에

서운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으며,

당당하게 비판할 줄 아는 그녀의 행동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래도, 그래도, 합리화를 하자면,

그녀는 내게 애정이 있기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랬기에 날이 없이 예리한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2.

지금까지 살면서,

나만의 애정이 가득 담긴 공간들이 몇 있다.

애정어린 공간들을,

내가 애정하는 사람과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을

나는 또 애정한다.

반대로 애정하는 사람과 어떤 공간에 가면

그 공간에도 애정이 서려

나만의 애정어린 공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3.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지는 순간이 잦아지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있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곤두선 신경이 나를 다시 압박하고, 나를 불안정하게 한다.

언제까지 이런 순간들이 반복될지는 모르겠다.

이런 내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비참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속상함을 넘어선 그 어떤 감정의 경계인 것 같은데,

다만 나는 그런 감정들을 무방비상태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4.

단지,

나에 대한 변함없는 그 마음을,

날 아껴주는 그 마음을,

바란 것 뿐인데.



-Hee


1.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사이에 애정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책임만이 남아있었다.

책임과 의무로 맺어진 인연 속에서 애정이라는 것은 때때로 노력에 의해 생겨나기도 했는데,

다만 그 노력으로부터 생겨나는 애정은 마치 싸구려 방향제처럼 그 향이 금새 사라져버리곤 했다.

아무도 관심없는 방 안에서 나는 홀로 싸구려 방향제를 뿌리고 있었다.


2.

언제부터였을까?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너를 느껴왔다.

너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특별했다. 그렇게 내 마음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언젠가 시들어버릴 것이라해서 그 꽃을 외면하고싶지는 않았다.

그저 놀라운 눈망울로 그 꽃을 돌보려고한다.



-Cheol


풋내나는 사랑보다 구구절절 내력이 많은 사랑은 더 어려운가. 나는 자주 우울함 속에 나를 방치한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데, 어쩌면 나는 이제 나를 더 사랑할 수 없는 게 아닌지. 나 자신을 향한 애정에도 노력은 필요한지. 욕심이 많다는 것은 스스로를 애정하는 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큰엄마는 내 욕심을 자주 스스로에 대한 애정으로 착각하곤 했다. 나는 애살이 많아서 가만히 놔둬도 잘 할 거라고. 그래선지 엄마는 나를 쉽게 많이 믿는다. 과한 신뢰는 부담스럽고 때로는 팽개쳐진 듯 외롭기도 하지만.

나는 현실을 마지못해 바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됐고 안 되는 일은 절대로 안 된다는 사실도 안다. 욕심은 여전히 많지만 안 될 것들을 위해 마냥 이기적일 수도 없게 됐다.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된다는 건 늘 씁쓰레한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벼워지는 일이고. 얼마만큼 애정하고 또 얼마만큼 더 포기해버려야 하는지. 몇몇을 제외하면 역시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건 나인데도 나를 점점 더 모르게 되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Ho


2016년 8월 2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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