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서른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밤이 짧아오는 시간에

네가 무척 그리웠다


온통 네가 물들인것만 같은 새벽밤,

내 잠결을 붙잡고 늘어지는 통에

네가 더더욱 그리웠다


무엇이 그리 아쉬웠는지

매일밤을 뒤척이며

눈을 뜨지도 감지도 않은 시간속을

너와 헤메이는듯.


밤이 깊어 잠들지 못한건지

네가 깊어 잠들지 못한 것인지


나는 동이 터오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네 기억을 덮고도

그리움에 몸부림치며

허공으로 안았다



-Ram


1.

올 여름 밤에는 마음놓고 밤거리를 터덜터덜 걸어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을 편하게 놓을 수 있었던 날 조차 손에 꼽힌다. 이렇게 올해 여름이 가고 찬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을이 성큼 왔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름이 가는게 아쉽다고 매번 지겹도록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이 가면, 높은 하늘의 가을이 야속하리만큼 빨리 지나간다. 그런 사실을 아니까, 더더욱 아쉽다. 선선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니, 내게 오는 계절들을 조금만 더 즐기고 아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솔직히 말하면, 두렵다.

상냥함에 두렵고,

설렘에 두렵고,

두근거림에 두렵고,

달콤한 말이 두렵고,

익숙함에 두렵고,

변함에 두렵다.


3.

하늘을 보았다. 양떼가 지나가듯 신기하게 생긴 구름들이 왼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새파란 구름과 무성하고 초록초록한 나뭇잎 색의 조화가 어찌가 예뻤는지 모르겠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양떼구름 앞으로 포토샵의 다른 레이어처럼 커다란 구름이 오른쪽으로 겹쳐 지나갔다.

풀냄새가 솔솔 났다. 눈 앞엔 아이들과 함께 나온 아빠가 비누방울을 불며 아이와 놀고 있었다.

비누방울이 흩날리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던지. 그 모습을 내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눈 앞엔 잔디밭에 누운 연인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눈 앞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쑥쓰러운 듯 아닌 듯한 웃음들이 조화를 이루었고, 끊기는 듯 하면서 끊기지 않는 대화들이 살랑 춤을 췄다.

얼마만에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포근함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렇게 나의 올 가을이 시작되었다.


4.

한동안 나도 잊고 있었던 사실을 어느 날 아침에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때 나는 어땠는지, 새삼 깨달았다.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딘지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 겠다.


5.

익숙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다.

익숙함에 물들지 않으려고.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려고.

계속 난 낯설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익숙함의 끝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음으로 인해 생채기가 났었다.

그런 생채기들이 이제는 그만 쌓였으면 좋겠다.

낯선거야. 이건. 낯선거야.



-Hee


'식사는 언제 해야지'

'빨래를 몇시에 해야지'

'일은 몇시부터 해야지'

'잠은 얼마나 자야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열대야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에 찾아온

너에 대한 내 마음도 그렇다.



-Cheol


어떤 여름에는 티셔츠가 다 젖을 만큼 실컷 걷고 나서도 많이 남은 밤이 아깝다가 또 어떤 여름에는 도무지 쉽게 안 읽히는 소설처럼 지겹도록 정체된다. 등이 축축하게 젖은 체 눈 떠진 밤은 완벽하게 음침하다. 땀에 잠이 녹아 사라질 때 온몸에서 모기가 자라날 때 언젠가 반가웠던 새벽을 뜬 눈으로 힘겹게 응시할 때 열대야는 모기처럼 바로 가까이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어려운 일을 하려면 힘들더라도 잠을 자야하고 더운 밤은 늦은 시간에도 조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무례하게 그걸 방해한다. 끝 모르게 밤은 눅눅해지고 에어컨을 싫어하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쓰라린 낮의 기억이 되풀이되고 오밤중에 대청소가 하고 싶어지고. 생각은 뜨겁고 방바닥도 뜨겁다. 올해 여름은 여러모로 괴로운 일이 더 많았다.



-Ho


2016년 8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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