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마흔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이전에

아주 많이 원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이 끝이라 생각될만큼

간절하게 바랐던 것들

사람들, 혹은 찰나.


아주 작은 부품으로써

내가 열심히 움직일 수 있음을

수 천 번 수 만 번

되뇌이고 읊조려도

닿지 못하였다.


잡지 못해 슬픈 것도 아니며

떠나서 아쉬운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추억을 쪼개어 갖는 것이 슬펐고

내일을 다르게 걷는 것이 아팠다.


나는 여전히 간절했고

무수한 시간이 겹겹이 쌓이며

내딛을 곳을 어둡게 드리웠다.


많이 원했던 것은

아스라이 멀어져

닿을 듯 닿지 않는 가장자리에

잡히지 않는 꼭대기에

드문드문 매어있을 뿐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채

나는 이것을 원한다고, 원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Ram


1. 어쩌면 잔인한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겉으로는 보이지만,

결국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엄청난 갈등들과 이해관계들을 볼 수 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그런 곳이며, 실제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사회에서는 더한 일들도 많겠지만.


2. 동기들의 동기

동기들을 잘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한다.

각자의 성격들이 천지차이로 다르지만, 그만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동기들이 같은 팀에서 다른 팀으로 나누어지긴 했지만,

결국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서로서로 도와주고 있다.

회사에서 만난 그나마 끈끈하다고 볼 수 있는 우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3. 여사원의 권리

기업의 규모가 어떠하든 성별이 다름으로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통계치지만 여자들의 대부분이 그냥 참고 넘어가거나,

본인이 퇴사를 하거나, 묵묵히 회사를 다니거나. 이 세 가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조금만 더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으면 좋겠다. 쉬쉬하고 넘어가는 회사 문화따윈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존중해주고 배려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회사 뿐만 아니라 그런 공동체, 단체 등등이 많아져서 결국 우리 사회가 존중과 배려가 넘쳤으면 좋겠다.

아, 너무 이상적인 말이다. 젠장.



-Hee


야근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고 특정 시기에는 철야와 주말 출근도 당연한 것처럼 일한다. 따로 특별수당이 나오거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책임지고 있는 업무에서의 책임감 때문인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평가하는 업무 결과물에 대한 자존심 때문인것일까.

해냈을때의 성취감에 중독되어 있는 것일까?

성장하는 내 자신을 보며 위안삼는 것일까?

하고있는 일이 재미있고 적성에 맞아서인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부터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의 당선까지, 이미 열악하다고 느껴지는 IT업계에도(사실 우리나라 전체에 드리운 어둠이다) 더 어둡고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만 같다. 절대적인 업무 시간이나 '일' 자체에 매달리는 절대적인 시간을 생각하면 우리들은 세상으로부터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건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사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외부요인'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우리는 상황이 열악해진다 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마치 불도저처럼.


어쩌면 그래서 사회구조는 개선되는 점 없이 우리같은 이들을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각자의 앞을 향해 젊음을 불사르며 나아가고 있다.

(젊음을 불사를만한 장소와 가치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너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즈음인지 이제는 사실 보이지 않는다.

단지 보이지 않아도 믿을 뿐이다.


밥은 거르지 말라고,

야차같이 일하고 공부해도 아기를 다루듯 자신을 돌보라고,

지금은 시간이 없더라도 언젠가 한 숨 돌리는 때에 또다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자고,

가을 하늘과 지나가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머쓱한 웃음으로 설레였던 그 시간이 다시 올 것이라고.



-Cheol


애정 할 수 없는 사람과 한 공간에 있기만 해도 사람이 분주히 또 은근히 피폐해진다는 사실은 지금의 사무실에 온 지 한 주가 다 지나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마음이 마른다. 그 까닭은 끝없이 반복되는 일이 아니고, 그 일을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자기 맡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다른 사람을 몇 배는 더 힘들게 만들 거란 사실을 외면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늘 문제다. 나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문제를 수습하고 직책을 훨씬 넘어서는 일도 자연스레 하고 있지만 잠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 대신해줄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업무마저 엉망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는 내 양심을 볼모 삼아 채찍질하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부서 안 옮겼으면 사표 안 냈어. 너네도 알다시피 오고 나서 싹 고쳐보려 많이 움직였는데, 아 그게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도망치는 거야. 전에 말했잖아. 알아서 살 길 찾아가란 말 농담 아니었어. 미안하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 너무 자존심 상해. 비참하다는 말이야. 또 마침 시기가 딱 떨어지기도 했고…”


“사람이 있잖아요. 끝 모르게 싫어지다 보니까 말도 섞기 싫어지고 심지어는 숨소리도 듣기 거북하더라고요. 이제는 휴가 나가서 눈에 안 보이는 게 더 속 편해요. 고생하고 들어왔을 때 거의 눕듯이 늘어져서 핸드폰이나 쳐다보고 있는 꼴 안 보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더라고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입 온 선배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빨리 포기해버렸다. 자신은 조건이 좋아서 털고 나갈 수 있는 거지만 나는 묵묵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뻔한 말을 하고서 사표를 냈지만 차마 원망할 수 없었다. 배신당한 느낌이 가시지 않지만 나는 별 수 없이 그래야만 함을 알고 있다. 다만 처지를 이해해 줄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는 게 허망했다. 술 한 잔 마시며 어차피 떠날 사람에게 그간 쌓아만 뒀던 분노를 처음으로 말했는데 왜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맺히는지. 아 내가 많이 지쳤구나, 생각하면 분한 마음에 역겨운 얼굴들 다시 상기되고 그러면 다시 술을 한 잔 더 마신다. 돈보다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얼른 찾고 싶다. 지금처럼 힘들게 일하고도 억울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런 질 낮은 회사 더러워서 못 다니겠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Ho


2016년 11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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