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예순 다섯 번째 주제
우리의 계절, 찰나, 향기같은 것들
너를 담았던 공기
한껏 치켜올린 머리카락이나
눈꺼풀사이사이에
작은 그림자
너를 통해 보는 수많은
어여쁜 것들
허나,
예쁘다 예쁘다
말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이렇게나
후회될 순간이 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Ram
1. My Favorite Things
햇살이 쨍하게 비추는 날을 사랑해.
나뭇가지에 올망졸망 붙어, 햇살에 비춰 반짝이며 잔잔하게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사랑해.
사각사각 책 넘기는 소리에 맞춰 은근하게 퍼지는 종이의 향을 사랑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넘기며 마시는 맥주를 사랑해.
그 어떤 어둠도 지니지 않은 듯한 환한 웃음을 사랑해.
따뜻하게 바라보는 애정어린 눈빛을 사랑해.
2. 나에게
한동안 목표없이, 눈동자는 방황하고,
마음은 휘청이고, 시간은 하릴없고.
다시 하나 둘 쌓아가려 마음을 다독인다.
무너진 초석은 다시 쌓으면 그만이다.
하나하나 다시 토닥이고, 토닥여보자.
흔들리는 눈망울이 쉴 수 있는 초점을 주자.
3. 개인의 취향
이사를 하고, 완전한 내 공간에서 살다보니 내 취향을 더 온전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런 걸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걸 예뻐하는구나 등등.
깔끔하게 떨어지는 각을 좋아하며, 너무 높게 키가 큰 가구는 불편해하며,
바로 필요하지 않는 소품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꼭 넣어야 하며,
따뜻한 톤에 안정감을 얻는다.
냉장고에 과일이 차 있으면 괜히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화장지와 물티슈가 하나 이상 여분이 있으면 천만대군을 얻는 것 마냥 든든하다.
4. 흘러가는 현재들
얼마 전 음악감상용으로만 쓰는 아이폰4S를 아이폰독에서 빼내어 앨범 앱을 켜봤다.
그 앨범엔 3~4년전의 내 모습들이 가득했다. 그 사진 속 내 모습이 괜히 예뻐보였다.
그 시절에도 힘듬이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들도,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순간들도 많았었는데.
지금 이 순간도 미래의 내가 보면 과거이지 않겠는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Hee
따각따각
무뚝뚝하던 구두소리가 멈추고 도어락을 연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들어줄 사람은 없다. 우울해 보일법도 한데, 이젠 아무 느낌이 없다.
"음악을 틀어줘"
시리(Siri)는 이내 내가 평소 듣는 음악들을 재생해준다. 노라 존스(Norah Jones)의 노래를 틀어주었으면 좋았을테지만 예의상 들려주는 노래를 가만히 들어준다. 누군가는 윤종신의 노래를 들려주길 바랬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내가 바라던 소박한 꿈.
나만의 공간, 나만의 환경, 나만의 음악, 나의 맥북. 이 작은 것들이 무엇이라고 나에게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쁨'
이 단어는 무엇일까? 왜 구태여 우리는 눈에 보기 좋은 것,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들에게 값을 매겨주는 것일까? 기분이 좋아져서? 그저 그런 '보기좋은 것' 등의 부류는 나에게 어떠한 인상과 감정을 불어넣어주는 기분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나 사람이나 매한가지이다.
이쁜 것, 그것은 단순히 눈에 보기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하자.
외형만 따라하는 싸구려 모조품은 시장바닥에도 널려있으니 말이다.
이쁜 것, 그것은 자신의 외면, 행동, 색상이 조화로운 것.
보다 고귀하고 값진 무엇인가를 찾아가게 해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
산술적이거나 이성적인 무엇이 아닌 피부로 느껴지는 포근함 같은 느낌. 그리고 사용자 경험. 그 것에 내가 찾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Cheol
갑작스런 출장으로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아,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7년 3월 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