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예순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아직도 그 날의 공기를 기억해.


할 수만 있다면,

그 날로 돌아가서

네가 주던 모든 것을 부수고 싶어.


나의 삶을 깨버렸던 것처럼,

당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버렸으면 좋겠어.


왜 우리만 아파야 했는지,

왜 우리만 망가져야 했는지.


사과라는건 참 시덥지도 않은 말이라서

미안이라는 두 글자가

세상에 없었다면,

어떤 말들로 내게 해명하려 했을까.


뱉을 수 없고, 담을 수 없다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었음을.


네 삶도 송두리째 흔들렸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야 조금 숨을 쉰다.

그러니 너도 이제

얄팍한 숨도 고통스럽게 내뱉기를.


아니, 네 세상 자체가

그대로 깨어져 버렸으면.


용서 받지 못한 꼬리표가 길어지기를.



-Ram


1. 2017년의 만우절

만우절답게 새파란 하늘에 해가 쨍쨍 비추고 있는 와중에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것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비를 피하려 우산을 쓰고, 따뜻한 햇빛을 쬐며,

얼굴은 평온한 것 같으면서도 속에선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 내 안에 '화'라는 기준선이 낮아진 건지, 아니면 정말 '화'가 날 만한 일이었는지,

사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냥 조금만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 조금만 저랬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나'라는 존재가 개입되어버리니 화가 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나'를 더 생각했으면, 조금만 '나'라는 존재를 배려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끼어들면서

결국 그렇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화가 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내가 더 중요해진건지도 모르겠다.


2. 그들만의 (썩은)세상

요즘따라 어떻게 그런 기가막힌 말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여럿있었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예민해서 그런건지,

(제발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지만)

저런 나이에는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러 있는 건지,

(살면서 앞으로 내가 증오하는 종류의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까봐 두렵다)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나의 건강한 정신을 갉아먹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 할 말은 다 하고 지나가자고 하며, 혼자 신경전을 벌이느라 한껏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냈다.

휴. 지난 2주 간은 특히나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이런 식으로 계속 살다간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나의 건강한 정신을 꾸준하게 영위하고 싶다.

심호흡하고, 정신을 가다듬자.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하자.


3. 이랑,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결국 내게 상처를 줬던

그 사건들은 사실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는걸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는걸

알게되면

그대로 우리는

그대로 우리는

얼굴을 보며

마냥 서글퍼져서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한 땐

어쩌면 제일 즐거웠던

한 시간 모든 그 시간 아님 먼 하루에

그 기억을 둘 중에 하나만 갖고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그저 웃으며 인사하겠지만

사실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단다



-Hee


나태, 무기력 그것은 무엇이랄까 늪에 빠진 것만 같았다. 어떤것들이 원인이 되었든 문제는 그런 상황이 나에게 닥치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사실 꼭 찝어 나태하다고 하기는 좀 그랬다. 그냥 너무 많은 해야할 것들에 대한 부담감, 중압감이 나를 눌러내렸던것 같다. 부지런히 헤쳐나가도 벗어나지 못하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런 상황속에서 봄은 굳이 오고야 말았다. 나만 빼놓고 모두가 가볍고 맑아보였다. 나도 봄이고 싶었다. 그 선선한 봄내음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만 머무는 무거운 공기, 그것이 나를 더 옥죄었다. 상대적으로 더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떤이는 그런 나에게 조언을 건네주었다. 스스로 다시 일어나 헤쳐나올 수 있도록하는 그런 것. 나갈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만 같았다. 다만 이미 늪에 빠진 나에게는 한걸음 옮기는 것조차 쉬운일은 아니었다. 스스로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까 했지만 그것도 녹록하지가 않았다.


다른 어떤이는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굼뜨고 무기력에 휩싸인 나를 들쑤셨다. 왜그랬을까? 그런 핀잔에 나는 그저 고슴도치처럼 날선 가시들을 곤두세웠다. 내 길 앞에 놓인 장애물. 내 삶의 여정에 만나게 된 어려운 때. 결국 만나게 된 그것들. 중압감과 압박감. 고립과 우울. 너무나도 싫었다. 나 자신을 향해 스스로 분노할 뿐이었다. 자신에 대한 분노에 날선 가시들만 많아질 뿐이었다.


돌이켜보니 내심 내가 바랐던 건 어수룩한 조언도 불만가득한 핀잔도 아니다. 그저 조금의 헌신과 사랑. 그런 것들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잠깐 생각하고는 자조의 웃음을 지을뿐이다. 다 큰 서른배기 어른의 응석도 이런 응석이 없다.


후우, 좁다란 한 숨을 내어쉰다.



-Cheol


늘어진 리듬으로 되풀이되는 생활은 분노를 잠적시켰다. 그리고 겹겹이 덧붙은 분노는 긴 잠복기를 거쳐 이제 시시각각 나를 진창으로 내몬다. 잘못된 것은 어디에도 드러나 보이지 않는데도 나는 절절매며 게으른 일상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기 급급한 일상을 살게 됐다. 그리고 삶을 든든하게 꾸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더는 하지 않게 됐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은 여전히 오롯한 나의 일이어서 무엇 하나도 놓아버릴 수 없는 욕심만은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그저 살아가는 것도 힘이 부치는 형편에 사소한 것들 마저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은 어쩌면 한심한 게 맞을지 모르겠다.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데에만 대부분의 신경을 기울이면서 욕심이 많다면, 그리고 욕심만큼의 성실함이 없다면 좌절감에 스스로를 자학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둘 놓아버리기 시작하면 곧 모든 걸 잃고 분노 그 자체가 된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겁이 난다.



-Ho


2017년 4월 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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