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일흔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01


"입술이 대짝 나왔네."


잔뜩 열이 오른 얼굴에

또 한 번 약올리듯 농담을 건넸다.


무엇이 그리도 화가 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기에

헤실헤실 웃으며 기분이라도 풀어줄 참이었다.


잘못된 판단이었나,

삐죽 나온 입술은 이내

삐뚤어지면서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또 시작이네'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을까


*02


"입술이 대짝 나왔네."


또, 이런식이었다.

늘 그랬다.


조금이라도 뾰루퉁한 표정이면

불편한 공기를 이리저리 피해보려는 듯

장난을 걸면서 도망쳐버리고 만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사탕바른 말들이 얄밉기만 했다.


대단한 걸 해달라는 것이 아닌데,

여전히 모르는 네가 밉기만 한 날


*03


"입술이 대짝 나왔네"


옆에 앉은 커플이 싸움의 시동을 거는 소리였다.


아마도 저들의 끝은 조만간에 찾아오겠구나 싶어

안쓰럽기도, 그래 잘 되었구나 싶은

오지랖을 누려본다.


이별을 코 앞에 둔 누군가의 사정을 상상해보고

그들의 감정의 골을 가늠해보며

남의 관계를 저울질하는 내가 우스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루살이에 급급한 날들뿐인 내 처지가

가련하고 불쌍해서,

그들의 애정 다툼이 배부른 호사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Ram


1.어느 날의 시간

참으로 고된 일주일이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무거운 노트북까지 들고 전철을 탔다.

뭔가 공허함과 외로움과 소외감이 날 슬프게 했다.

울고 싶었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다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집에 도착해서 못생긴 회사용 옷은 집어던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밥을 먹자고 했는데, 전혀 밥을 먹고싶지 않았다.

친구가 열심히 번 돈으로 커피와 베이글을 사줬다.

우리는 웃으면서 씁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가끔 우리 코드에 맞는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껄껄 웃기도 했다.

동네에 있는 카페는 11시면 문을 닫는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친구네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친구네 가는 길에 편의점이 있어서 편의점에서 1+1하는 음료수와 2+1하는 수미칩을 사서,

음료수 한 개와 수미칩 두 개를 친구 손에 쥐어줬다.

편의점에서 나오면서 친구와 나는 헤어졌고, 검정색 편의점 봉지를 쫄랑쫄랑 흔들며,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듣고 싶은 노래가 딱히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항상 들었던 노래를 또 들었다.

친구와 함께여서 즐거울 수 있었던 시간이 끝이났다.

새삼 친구의 존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집에오니, 또 마음이 허해졌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내 스스로 달랠 수도,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냥 그 마음을 정통으로 끌어안은 채 새벽을 지새고, 동이 트기 직전에 잠이 들었다.

고된 일주일이 그렇게 끝이 났다.


2. 자승자박

나만이 알고 있는 내 머릿 속 불만들을

털어내던지, 순응하던지, 해결하던지.


3. Being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기엔,

앞으로의 시간이 너무 많다.

지금도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에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4. 차이

나와 다른 성향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성향을 인정하는 수 밖에.



-Hee


저녁 9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퇴근한 뒤의 고즈넉한 시간. 하릴없이 여의도 공원을 바라보다 때마침 버스가 온다. 버스의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밤하늘 아래 흘러가는 서울풍경은 여전히 쓸쓸해 보인다.


1. 나는 결국 그 사람들의 불만을 풀어주지 못했다.


내가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노력해보이는 모습도 결국 그 무엇인가를 풀지는 못했다.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던 그 괴리감은 무엇이었을까. 1년 6개월의 시간과 노력은 물과 기름같았던 우리에겐 어떠한 도움도 되지못했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사이의 분열을 가져온 것일 수도 있었다. 혹은 그 사람들의 문제였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우린 갈라서게 되었다. 아니지 내가 그 무리로부터 잘려졌다.


'제법 괜찮았던 것 같은데'

'조금만 더 회복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한발자욱 더 뻗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렴 어떨까 조금 돌아가면 되는 것을. 그렇게 느긋이 생각해본다. 신기하게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조금은 어른이 된 것일까? 차라리 후련했다. 그래도 고마움은 여전했다. 길거리의 나를 받아 도전의 기회를 주었던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그 도전으로부터 성장한 것도 명백했다. 그런 생각에 잠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매 순간 후회가 남지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사실 부족했을지언정 아쉬움은 딱히 없다. 참 다행이다.


2. 나는 나 자신을 믿어주었다.


그 숨막히던 순간에 나는 나 자신을 믿어주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 그 것이 나를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부끄럽지 않게 했다. 그냥 그랬다. 나라도 나를 믿어주어야지 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겉으로 보기엔 참혹했다. 기꺼이 나아가던 내 목표를 향한 길에서 물러서야했고 내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를 반납해야만했다.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았고 완전한 외톨이가 된 것 같았다.


3. 이제 다시 혼자다.


혼자인 것이 두렵지 않다는게 좀 이상하긴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래 인간은 결국 혼자다. 아... 이정하 시인의 말이었지. 버스에서 내리며 홀로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 내 삶이 끊어질 것만 같이 아팠던 그 사람과의 이별. 그 아픔을 견딜수가 없어 글로 토해내던 끝에 찾았던 교훈이구나. 결국 그 유산이 이렇게 나에게 녹아든 것이구나. 성숙했다. 내가 이토록 의연한 것이 그 때의 이별로부터 받은 선물인 것이구나. 결국 이렇게 또다시 글쓰기로부터 나의 일부를 얻었구나. 그래 지금껏 그래온것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글을 쓰자. 그리고 사랑하자. 앞으로 사랑하게될 이를 바보같이 사랑하자. 그렇게 진심으로 사랑하여 나를 성장시켜줄 건강한 토양을 또 만들어보자.


4.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나는 나의 신념대로 혼자가 될 것을 택했는데 주변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눈에 보이도록 내 편인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따듯했다. 그런 따듯함이 나 홀로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처럼 어떠한 느낌은 보통 실제로 존재하는게 아닐까싶다. 내 선택과 그에따른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아우성이 느껴졌다. 참 감사했다. 그래서 또 나는 이 위기와 변화가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도전. 그래 다시 도전이다. 보이지않는 그들의 따듯함을 연료삼아 또 나아가보자. 그렇게 나의 길을 또 걸어보자.


“사람 하나를 떨쳐 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고통을 동반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 될 것이다. 쓸쓸함과 외로움에 익숙해 지는 연습. 모두들 스치고 지나간 뒤 혼자 남게 될 내가 아니, 우리 모두가 준비해 두어야 할 일이기에. 그래, 인간은 결국 혼자다. 너무도 엄연하게 혼자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누굴 찾아 그리 헤매고 다녔는지…….”

이정하,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로] 중에서



-Cheol


꺾어 신지 않아도 닳아 헤지는 운동화에, 머리 다듬은지 얼마나 지났는지 묻고 대충 가위질하는 미용사에게, 나보다 늦게 주문한 사람의 음식이 먼저 나오는 찜닭집에, 한 병에 오천 원이나 하는 소주값에, 포장끈에 표지가 눌린 책을 배송한 서점에, 말도 안 나오게 비싼 수도권 집값에, 의료보험 안 되는 동물병원에, 좋은 게 좋은 거라 말하지만 자기만 좋은 걸 강요하는 상사에게, 거짓말처럼 연락 없는 너에게, 가난한 아빠에게, 마주 보며 누운 얼굴 반짝이는 엄마 눈물에, 잘 난 것 하나 없는 나에게, 어디까지 긍정적이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나에게, 배부르고 등 따습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에게. 불만은 늘 사소한 곳에서부터 우거졌고 아주 깊숙한 곳에서부터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Ho


2017년 4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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