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여든 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수만번 되물었다.


대체 어떻게 나라는 사람을

네 그릇 안에 담을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무엇이든 괜찮다는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좋다는 말도

정답은 아니었다.


나를 알기 전에도

알아가는 중에도,

네가 그려가는 '나'라는 사람은

네 그릇 안에 들어있는

또다른 나였다.


나의 중심은

우리가 만났던 시간, 그때

그대로였으며

네 바람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그 시간을 사랑했고

아파하며 지내온걸까.


나는 지금까지도

네 확신을 되묻는다.


우린 어떻게 이어져온걸까.



-Ram


궁금했다.

마음이 궁금했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힘을 얻고 싶었다.

우린 계속 함께하고 싶어하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와중이니,

과정에 있어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

듣고 싶었다.

너의 인생에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삶에 있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냥 너의 진심을.

좋아하다, 사랑한다, 따위의 말들 말고,

네가 생각하는 나를.

삭막한 세상에서,

숨이 막히는 세상에서,

사랑을 받고 있구나,

애정어린 시선이 있구나,를 느끼고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

그 마음들이 반가워서,

먼저 그 마음들을 아는 체 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기뻐하며 했던 이야기는,

영문모를 비꼬음으로 다가갔고,

그렇게 들렸다는 너는 내게 바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네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아는체 했던 나는

너무 무색해지며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서운한 마음에 이야기했던 것들은,

되려 성향이 다르다는 말들로 되돌아왔고,

속상한 마음에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들로 되돌아왔고,

섭섭한 마음에 이야기했던 것들은,

앞으로 계속 그럴까봐 걱정이 된다는 말들로 되돌아왔고,

아쉬운 마음에 이야기했던 것들은,

할 말이 없고 어렵다는 말들로 되돌아왔다.

어떤 상황이든 내게 다정하길 바랐고,

나를 포용해주길 바랐고, 감싸주길 바란 마음들은

너무나도 딱딱하고 감정없는 너의 말에 와장창 금이 갔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다칠새라 두려워

문을 닫고 어딘가로 꽁꽁 숨어버렸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파하며 우는 것 밖엔 없었다.



-Hee


혼자만의 여행이라 외로울 거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좋은 것들, 내가 찾은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함을 느낄때마다 고이고이 간직했다.


곱게 곱게 접은 이 행복을 찾아 당신과 함께, 다시 한 번 더 큰 행복으로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 바람은 그저 나의 바램일 뿐. 이 것 또한 담아둘 뿐이겠지. 그저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얻은 오늘의 분위기 속에 녹아들 뿐이다. 함께하는 사람들. 즐거운 추억. 이 것들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바램. 엇갈려가는 우리.


너로부터 느껴지는 감정들은 정제되지 않은 채. 이렇게 너에게 쏟아내고 싶지 않았다. 다만 단절된 우리. 그 속에서 내 감정들은 점차 무거워졌고,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실망시켰다.


부족한 나를 다시 부여잡는다. 지나간 일들은 솔직히 받아들이고 더 좋은 사람이 되자. 지금보다 더 행복한 내가 되자. 오롯이 행복을 나누어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자. 그렇게 엇갈려가는 우리 속에서 나홀로 반성할뿐이다.


너에 대한 궁금증을 행복 하나 하나에 고이고이 담아두자.


나는 그렇게 오늘의 너를.



-Cheol


뭐든 처음은 생을 통틀어 단 한 번 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열등감에 절어 남들 만큼은 어떻게든 살아내야겠다고 수도 없이 되새기며 너무나 많은 첫 순간의 경험들을 함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해봤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 살았다. 처음으로 맛본 것들의 신선함이라든가 처음 가보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얼떨떨함이라든가 처음으로 상복을 갖춰 입던 순간의 혼란스러운 감정 같은 것들을 생생히 떠올리지 못하고 추측으로 짐작해볼 수만 있다는 사실이 나를 새삼 서글프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나는 스무 해가 더 넘도록 남의 삶의 대신 살아주기라도 하듯 나를 낭비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요즘 내 삶은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고 흥미롭게 흐른다. 아직까지도 셀 수 없이 많은 처음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운 까닭이다. 말로서 전해 듣기만 하고는 익숙한 듯 알은체하던 시기를 길게 이어왔던 나는 궁금해하고 기대할 만한 처음들을 스스로의 생각보다 많이 갖고 있었다. 여태껏 먹어보지 못한 베트남의 연유 커피 맛이라든가 가본적 없는 많은 나라의 낯선 문화들, 피가 섞이지 않은 새 가족을 맞는 일, 아직 되어 본 적 없는 나이의 나와 다른 모든 것들. 이토록 궁금한 게 많다는 것은 어쩌면 이제야 내가 삶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요즘 참 태평하고 좋다.



-Ho


2017년 7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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