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스물 두 번째 주제
당신의 밤
나는 당신의 밤을 둘로 쪼개어
늘 내편에 두고 싶었다.
눈동자를 도로록 굴리는 소리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공기와
당신의 모든 시간이
내 곁에 머물기를 바랬다
당신의 밤은 언제나 나에게 있어
노오랗게 익은 보름달처럼
그 속이 팽팽하도록 꽉 찬
그런 밤이었다.
당신의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내게만 뚝 떼어 내어달라
부탁하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당신과 내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시간을 걸으며
달빛에 은은하게 내려앉은
낙엽을 보며 미래를 꿈꿀 수 있을 줄만 알았다.
유난히도 당신의 밤은 짙었다.
그 안에서 당신은 언제나 빛이었고
나는 그런 당신의 밤을
사랑했다.
유난히도 당신의 밤은 보드라웠다.
나는 그 안에서
숨막히도록 당신을 사랑했다.
나는 그런 당신의 밤을 둘로 쪼개어
평생토록 내 곁에 두고 싶다.
-Ram
나는 수 많은 밤 중에서도 특히 여름밤이 좋다.
여름밤이 좋은 이유 하나.
내가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 말은 내 몸의 온도가 체감상으로는 더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밤은 왜 그렇지 않냐고?
난 저혈압이고 손발이 매우 차기 때문에 겨울 밤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
밖에 나가는 것도 추워서 힘들고, 전기장판이 깔려있는 침대 속에 들어가게 되면 쉽게 그 온기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리고 또 발은 어찌나 시려운지 수면양말도 꼭 챙겨 신는다. 젠장.
또한 체감온도가 한번 내려가면 쉽게 올라올 생각을 안한다. 내가 있는 공간의 기온들이 오르고 또 올라야
덩달아 내 몸의 온도도 올라가기 때문에 겨울밤은 힘들다.
여름밤이 좋은 이유 둘.
여름밤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가끔가다 머릿 속이 복잡할 때, 그 스트레스와 기분을 푸는 나만의 방법 중 하나가 쉴새없이 걷는다는 점이다.
걷고 또 걷고, 또 걷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리게 되고 머릿 속이 정리된다.
몸이 힘들어지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꼭 하고 싶은 생각만,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생각만 하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여름밤이 좋은 이유 셋.
풀향기를 많이 맡을 수 있다.
기체의 운동에너지는 온도에 정비례한다고 과학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그래서 겨울보다 여름에
풀향기가 많이 난다. 보통 등산갈 때만 맡아본 그 향기 말이다.
여름밤하면, 뭔가 굉장히 자유롭고 그 시간들을 몽땅 다 내껄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기회가 많은 여름밤. 당신은 이 여름밤에 무엇을 할 것인가?
-Hee
메멘토 모리, 해골모양의 문신을 보면 생각해볼 수 있는 단어이다.
우리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래 어쩌면 이 밤이 지나면 우리의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흔히 우리는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망각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도시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꼬옥 잡고 있어도, 배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어른의 지시를 믿고 따른다고 할지라도, 해변에서 여느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더라도 이따금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해골모양의 문신을 하고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잠깐의(절대진리라고 받아들일 만한 거대한 우주의 나이를 감안할 때 우리의 삶은 하루살이만큼 짧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을 소중히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이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러한 의미에서 나의 짧은 삶을 거부할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필사적으로 지켜내 보고 있다.
일주일을 주기로 한 번씩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누리는 나의 시간을 지켜내는 방법들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되어 버렸다.
회색의 도시를 벗어나 한밤중에 바다로 향하는 도중에 내린, 정적이 가득한 어느 산간에서 보았던 수 많은 별들은 그렇게 나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현재의 너의 시간과, 가족과,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하라’
그 밤이 끝나던 그날의 아침, 바다 너머 지평선으로부터 선명히 떠오르는 태양은 죽음과도 같았던 시커먼 바다를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였고 이내 그들이 맑고 투명하고도 파아란 생명의 근원임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아름다운 것들의 품에서 살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아름다운,
맑고 건강한 시간을 살아보자.
한반도에서 2014년을 살아가는 어느 스물여덟의 청춘.
-Cheol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주도 휴재합니다.
-Min
2014년 6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