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서른 일곱 번째 주제
왜.
왜 그랬어요, 그때는.
마주치기만 해도
손가락 끝까지
두근거리던 때였으면서.
왜 그런 말을 했어요.
낯선 사람처럼
두어번 내 안부를 묻던 당신이,
당신이 했던 질문들이
나는 지금도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저
차가운 시선이
낯설은 표정이
나를 아프게 했다는 것만.
쌓아온 많은 애정이
혼자만의 시간들이었는지
묻고 싶었어요.
입술 언저리에 근질거리다가
이내 뱉지 못했던 질문,
나를 애정으로 안았던 것이
아니었나요.
나를 사랑으로 품었던 것이
아니었나요.
-Ram
1.
넌 겁도 안나니.
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내 마음이 결국 변할지도 모르는데.
왜 넌 겁이 안나니.
나는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변한 건 아닌가 솔직히 겁이 났는데.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앞으로는 홧김에라도 그러지 마.
나 겁나기 싫으니까.
그리고 너는 겁을 좀 먹어.
겁을 좀 먹어봐야해.
2.
"새 책을 샀을 때 새 책 냄새를 맡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앞으로 내가 너의 조각을 추억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
이 말을 하고 난 뒤
너의 조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너의 조각으로 말하자면,
멍 하게 창 밖을 베시시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생채기가 난 가구나 올이 풀린 옷따위를 바라보면 떠오르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가끔은 세상을 다 줄 것 같은 눈빛도 너의 조각이고,
빈 공간을 가만두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갖다놓고 싶거나, 달고 싶어 하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뛰는 모습이 동그랗게 보이는 것도 너의 조각이고,
우유든, 물이든, 콜라든, 커피든 유리잔 가득 담겨져 있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전혀 안그렇게 생겼으면서 얄밉게 토라지는 모습도 너의 조각이고,
두툼한 손과는 어울리지 않게 꼼꼼하고 섬세한 모습도 너의 조각이야.
같은 것들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모습도 너의 조각이고,
길을 걷다가도 덥든 춥든 꼭 한 번은 그리 가볍지 않은 한 쪽 팔로 내 어깨를 감싸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따뜻한 너의 체온도 너의 조각이고,
앉을 때 까치발을 잘 드는 것도 너의 조각이야.
여기저기 너의 조각 투성이야.
-Hee
세미나가 끝나고 부산스러운 와중에도 결국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어 안녕하세요, 세준씨?”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는건 참 어렵다. 웬걸, 대답은 해줄줄 알았건만 그 세준이라는 사람은 짐짓 나를 못본채 시선을 돌려버린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걸까? 불륜을 저지른것도 아니고 불법을 저지른것도 아닌데 말야, 왜 저런 행동을 하는걸까? 아마도 나에게 걸었던 기대가 풍선처럼 커지다가 터져버린것이겠지? 그 기대가 무엇인지라도 알았으면 좋으련만 일방적으로 단절된 관계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나를 ‘도와준다’라고 생각했겠지? 나는 ‘함께한다’고 생각했던것이고 말야. 때로는 사소한 생각의 차이로부터 관계의 단절이 올 수도 있구나. 우리 사이의 문제가 무엇일까 던져보았던 질문의 답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8년 7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