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마흔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여느 때처럼

하늘도 맑고

바람도 선선하니

딱 좋은 날이었다.


코가 시큰 거렸지만

겨울이 아닌 듯

기분 좋은 햇살이

자꾸 내가 걷는 길로만 비추는 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줄만

알았던 사람을

보내야만 했던 날이 되었던 것이.


마치 어제도 오늘도

같을 줄만 알았던 당연함이 깨어진 날.


가장 좋아했던 과자도,

자주 해주던 음식도,

어느 것 하나 사라지지 않은 세상에


딱 하나,

당신이 없다는 날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데,


오늘도 꽤 선선한 바람이 분다.



-Ram


1. 착각

너를 좋아하기보다는 어쩌면

날 좋아하는 너의 모습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네가 내(모습이든, 행동이든, 말 한 마디든)가 마음에 들지 않아,

화를 낼 때에,

나도 네가 정말 미웠다.

내가 정말 불합리하다고 할지언정

너는 내게 화를 꼭 내야만 했을까.

나는 너를 어디까지 믿어야 했던 것일까.


2. 착각

나 또한 그 굴레에서 벗어났을 거라고 여러번 생각했다.

여러 해의 생일에서도, 조그마한 아이폰 화면에서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제 너는 내게 없는 사람인줄로만 알았던 적이 여러번.


3. 착각

왜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넌 나를 예전의 나로 그대로 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난, 네가 예전의 나로서만 나를 기억하고,

그 당시의 나를 좋아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근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였을지도 모르겠다.

넌 내게 변했다고 말했다.



-Hee


나를 챙겨주는 너를 보면서 호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사이의 오해가 아닌 나만의 착각이었겠지.


우리는 또 이렇게 흘러간다. 서로가 각기 다른듯 아닌듯 착각속에서 흘러가는 시간. 내가 깨어있는 것인지 꿈을 꾸는것인지, 우리가 연인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계선을 따라 흘러가는 공허한 시간.


한 땀 한 땀 눌러가며 보내는 시간. 마냥 행복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 내것인듯 내것 아닌 시간. 하늘 위 구름따라 둥실둥실 흘러가는 하루를 꿈꾸어본다.



-Cheol


1.

호의를 호감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무섭다. 도와준 보답으로 밥 한 끼 사겠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로 곡해하면 이제부터 무작정 무뚝뚝하고 불편한 사람을 연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믿음이 가진 힘은 착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걸까. 정중한 거절에 황당하다는 느낌을 조금 많이 담았더니 다음 날 나는 아무에게나 질척거리는 사람이 돼버렸네. 착각은 글쎄, 너무 성급하게 내달리는 사람에게나 생기는 거 아닌가. 뛰다 넘어지면 물론 자기 책임이고.


2.

선선한 밤공기가 주는 느낌은 정확히 가을인데 다음날 낮은 아직 여름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더웠던 여름이 가는 게 아쉽다니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Ho


2018년 8월 19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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