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쉰 여덟 번째 주제
무엇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찰나가 온 것 같았다.
손을 뻗으면 곧잘 닿았던
많은 일거리며, 사람들도
왜인지 모르게
멀리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 때를
서른즈음에
라고 했고,
누군가는 그 순간을
권태기
라고도 했다.
뭐,
둘 다 여도 별 수 없지만...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지내보고 나니,
무엇도 아닌 내가.
아직 그저 작은
여자애 하나의 인생만큼만
살았더라.
지금까지의 시간이
손톱 끝보다 작은 순간이 될 때,
너와 나를 들여다 보는 기준의 시점.
그런 찰나의 때가 오는 것 같다.
-Ram
나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기준은 엄마가 되어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았을 적엔 항상 냉장고에 치즈와 두유, 요플레를 채워놨던 것,
냄비들을 설거지하고 싱크대 맨 바닥에 엎어 놓는 것,
집 안에서 항상 덧신을 신고 다니는 것,
집 안이 꿉꿉하면 보일러를 켜는 것,
쇼파 앞에 얇은 이불을 항상 깔아놓는 것(전기장판까지),
항상 냉장고를 열면 생수대신 둥굴레차나 보리차가 물통에 가득했던 것,
설거지를 하고나서 바로 건조대가 아닌 큰 볼에 담아 물기가 빠지게 하는 것,
과일이 항상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
겨울이 되면 식탁 위에 대추청이 놓여져 있던 것,
빨래가 다 되면 커다란 통돌이세탁기에서 발 뒷꿈치를 들어 빨래를 꺼내는 것,
생일이 되면 미역국에 감자와 소고기가 들어있던 것(엄마 미역국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생각해보면 엄마와 나는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지금도 혼자 집에 있을 땐, 집안일을 할 땐, 엄마가 (했던 것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모든 집안일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엄마가 되어버렸다.
엄마, 보고싶다.
빨리 시간이 지나서 다음주에 부모님 집에 가야지!
곧 크리스마스니까 맛있는거 한 가득 들고 가야지!
-Hee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싶을까?
그 기준을 넓디 둘러 우리의 울타리를 세우고 싶었지만,
우리는 각자 본인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으레 그렇듯 도돌이표를 찍었다지만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기
맞닿는 지점이 없더라도
바라며 살아보기
그렇게
어른스러워지기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8년 12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