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여든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그것은 정말 단 한 순간의

실수였다.


그때에 내가 널

좀 더 생각할 걸,


그 순간에 너에게

문자를 보내둘 걸.


우리가 쌓은 모래성이

와르르 무너지듯

가라앉았다.


내가 널 붙잡아도 될른지


냉랭한 바람이 불어서

그대로 부수어져 버릴 것만

같은 답답한 마음이


원망스럽고 미웠다.


너를 다시 잡고 싶은데,


그래서는 안 될 것을 알아서

머뭇거리는

내 손가락은

내것이 아니었으면.


아니 그냥 이 모든 순간이

그냥 지나가는

헤프닝이었으면,

그냥 실수한 순간일 뿐이었으면.


좋았을텐데.



-Ram


1.

매번 (실패아닌 실패같던)사랑이 끝날 무렵에 드는 생각은, '이번에도 내가 사람을 잘 못 본 것일까.'

분명 사랑을 시작할 무렵에는 나와 너무 잘 맞(을 것 같)고, 기대와 설렘을 가득 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는데.

하지만 점점 끝이 보이고, 그만큼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때면

그 사람을 탓하는 것보다 내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맞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지냈다고 생각했다.

남을 탓하면 그 남은 내가 바꿀 수도 없을 뿐더러, 옆에 두고 볼 수도 없으며, 내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할 자신이 없고,

내 마음이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극도의 답답함과 아쉬움과 상실감을 견딜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그래서 항상 내 마음을 애써 설명안해도 너무나 잘 아는 내 자신을 탓했다. 그게 편했다.

다음 번에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생각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니까.


2.

나이를 먹고, 해가 지날 수록 느끼는건,

실수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 이후에 어떤식으로 수습하느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되게 많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깨닫는다.

말은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Hee


완벽주의자.


모든것이 완벽해지는 순간까지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

실수를 견뎌하지 못하고 실수가 불편한 사람.


실수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텐데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텐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실수도 없었겠지만,

실수가 있을지라도 또 한걸음 성큼 내딛어본다.



-Cheol


대마도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렌트해놓은 차를 받으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국제운전면허증 만료일이 2주 지나버려 차를 빌릴 수 없었단다. 모두가 벙쪄버렸다. 게다가 미리 결제해놓았던 렌트비용은 규정에 따라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한국인인 듯 보이는 직원이 안쓰러운 듯 따라 나와 친절하게도 마지막 버스의 출발 시간과 승차 장소를 알려주고 돌아갔다. 며칠간의 버스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갑을 다시 열어야 했다. 기념품을 사기 위해 아껴두려던 돈이 여행의 시작도 전에 빠져나갔다. 게다가 얼마 남지 않은 버스 시간 탓에 저녁 먹거리 역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내린 뒤 야영장까지는 4km를 더 걸어 들어가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일 웃자고, 이런 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 말하며 민망한 듯 웃는 일행의 표정이 우스워 보였다. 미안하다는 말을 이런 방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렌터카 업체 직원은 잘못한 일도 없이 연신 죄송하단 말을 했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이런 게 어쩌면 연륜인가 싶었다가 그저 조악한 삶의 방식일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된 일, 오늘 새롭게 여행지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처럼 같이 놀고 가능하면 다시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보지 않을) 사람에게는 굳이 잘못을 시인하고 정직하게 사과하는 태도까지는 바라지 않게 되니까. 이런 생각 역시도 실수일지 모르지만.



-Ho


2019년 6월 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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