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스물여덟 번째 주제
사그락 사그락
맥없이 잘려나가나는
머리칼이 애석하기만했다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들이 잡아볼겨를없이
이내 모든것을 체념하게했다
살랑거리는 것도 이제 없다
반짝이는 찰랑임도
설레이는 보드라움도
이제 내게는 없다
당신의 코끝을 간질이던
머리칼이 나를 떠나듯
매어있는 당신의 기억들도
사그락사그락
바닥으로 곤두박질.
이내 못잊을까
나는 당신을 잘라내고
잘라내고.
-Ram
지난 6년동안 귀밑 1cm부터 시작해서 5cm를 거의 넘지않는 단발머리를 유지했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항상 머리가 조금 길었다하는 느낌이 들면 주변에 미용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자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하며 나는 평생 머리를 못기를거라고 생각했다.
그 귀 밑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단발머리의 이미지는 곧 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나 혼자서 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자 어느새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 이미지가 내 자신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이미지에 내 자신을 잡아먹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나의 모든 것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머리가 길던 짧던 결국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자신의 본질은 그대로이고,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속 과정들을 겪으며 머리 자르는 것을 잠시 멈췄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단발머리라고는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길었다. 어깨를 넘어 등 뒤에 닿는 머리칼을 느꼈다.언제 단발머리도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긴 머리의 내 모습이 살짝 지루하긴 하지만서도 아직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재미있다.
-Hee
자신만의 룰을 가지고 혼자서만 일하는 능숙한 솜씨의 검은 암살자도 인상적이었지만
어리기에 가녀린 몸을 가졌음에도 뚜렷한 목표의식의 강인한 단발머리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배경과 주변환경이 겹쳐지는 순간,
그 접점의 운명적인 만남은 절묘한 어우러짐을 보여주었다.
그 누구도 흔들 수 없을 것 같이 먹이사슬 위에 군림해온 차갑게 정제된 그의 삶.
그 삶은 먹이사슬의 끝에 혼자 남겨져 버린 하룻강아지 같은 가녀린 소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시작되는 피할 수 없는 이리들과의 싸움.
서로가 모두 의지할 곳 없이 고독한 범과 하룻강아지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훌륭한 연출과 최고의 캐스팅은 하나의 작품으로 모두에게 쉽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당돌한 단발머리의 소녀는 모든 면에서 혁신적이었고
그런 소녀가 자라 한 명의 여성이 된다면 딱 당신일 것 같은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도와 말투 그리고 단발머리까지 그녀는 당돌했다.
그런 이 세상의 주인공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스물여덟의 나이는 그런 당돌한 그 이야기를 응원 할 줄 아는 나이가 되어있었다.
아직도 그리고 어느 곳이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이리들이 살고 있다.
(매일 저녁 9시에 뉴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이리들 속에서 자신의 옳은 길을 당당히 걷는 이들을 친구로 둔다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다.
나 역시 결코 이리들에게 쉽게 나의 살을 내어주지 않는 당찬 사내로 성장 해 보자.
-Cheol
소녀
“언니, 나 머리 자를까 봐.”
“뭐?”
“그냥 기분전환이야.”
소녀는 머리를 잘랐다.
큰 의미는 없다.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매일 아침 머리 말리는 것도 귀찮고, 점점 더워지는 여름의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조그마한 사건이 지나갔을 뿐이다.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어리고, 내가 가졌던 연심을 확인한 거니까. 내 마음을 그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을 배웠으니 그걸로 충분한 거지. 줄곧 길러왔던 머리를 자를 계기가 된 내 마음은 곱게 접어 작은 상자 속에 모아두었다.
오랫동안 슬퍼하지 않길 바래.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 미소를 주고받는 일이 있을 거야. 지금을 추억하고 다시 미소 짓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때가 온단다. 지금은 허전할지도 모르지만 잘라낸 머리에서 새로운 사랑이 피어나 더 풍성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그렇게 성숙해지는 거야.
‘머리를 자르고 어린아이였던 자신에게 확실히 작별인사를 하자.
새로운 자신이 되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 3월의 라이온 中 –
머리를 자르면 완전 새로운 내가 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다. 괜히 잘랐나 싶기도. 잘라낸 머리 덕에 중학생처럼 보이는 것이 약간 불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지. 순간 그 사람에게 머릴 자른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뭐라고 할까?’
소녀는 머릴 자르고 한층 더 소녀다운 향기를 품었다.
-Min
2014년 7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