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번째 주제
*3
1.
앞자리 3을
3개월 앞둔
그 마음이 밍숭맹숭해.
내가 언제 어른이 되었더라.
2.
싫은 것을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사실은 그래서
좋은 것을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
3.
이게 참 말이 안 되는 일인데,
나도 알면서도
더 갖고 싶고
더 알고 싶고
그런 걸요.
제가 가졌던 것들은
문득 돌아보면
계절처럼 스치는 것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도 마음도
그랬던 것들 뿐이라.
그래서
주고 싶지 않은
심보가 생긴 걸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모난 30대가 되어야지.
-Ram
1.
"子曰(자왈) 三人行(삼인행)에 必有我師焉 (필유아사언)이니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오) 其不善者而改之(기불선자이개지)니라."
누구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논어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좋은 것은 본 받고, 나쁜 것은 그것 또한 스승이므로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이 갈 수록 본 받고 싶은 부분들이 주변에서 보이지 않고,
닮기 싫은 부분들만 보이는데, 내 마음 문제인지, 아니면 주변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아, 저렇게 되고싶다.' 보다는 '아, 난 저러지 말아야지.'가 되었으니.
논어에 따르면 그것도 스승이면 스승이니 이렇게 배워간다고 생각해봐야지.
2.
오겹살보다 삼겹살을 더 많이 좋아하는 나에게,
껍데기를 잘라 오겹살을 삼겹살로 만들어주는 이가 있다.
돼지 껍데기는 아무리 먹어도 아직까지 참 맛을 모르겠다.
3.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300번째 글을 쓰게 되는 순간도 오는구나.
처음 시작할 때는 천진난만한 대학생이 패기 넘치게 시작했는데,
300번째의 글을 쓰는 지금 나는 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누군가는 이게 뭔데 그렇게 중요하냐며 비난하는 이도 있었고,
누군가는 벌써 300번째냐며, 놀라워하는 이도 있었다.
(아마 지속력에 놀라워했던 것도 같았다)
누군가는 '도란도란'이 들어가는 간판을 공유해주기도 하였으며,
누군가는 이 글들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만 같아서 읽기 싫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의 일기 같기도 하면서, 소설 같기도 한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 글들이 어쩌면 우리의 역사가 되겠지.
-Hee
하고싶은게 너무 많은 때가 있다. 일도 하고싶고 공부도 하고싶고 운동도 하고싶고 연애도 하고싶고 일과는 또 별개로 돈도 벌어보고 싶고 쇼핑도 하고싶고 VR도 하고싶고 와인도 이것저것 마셔보고 싶고... 드라이브도 해야하거니와 여행도 다녀야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집중해서 노력할 수 있는 일은 한번에 최대 세개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체력.. 체력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시간.. 시간도 더 필요하다.
삶을 더 즐기고 싶어 밀도를 높여본다.
-Cheol
1.
한 해의 마지막 날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구례구역에 내렸다. 이내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이동해 등산을 시작했다. 헤드랜턴의 좁은 빛에 의지해 눈 내린 지리산을 걸었다. 아무런 풍경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져만 갔다.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무언가의 소리가 괜히 공포스러워 음악을 큰 소리로 재생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겨울임에도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잠깐이라도 멈추어 쉬면 손끝에서부터 추위가 엄습했다.
랜턴에 반사된 표지목의 빛이 야생동물의 눈처럼 보여 흠칫 놀라다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길을 내가 올바르게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안도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반야봉에 도착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열린 하늘에 흐르는 은하수를 보았다. 그날은 14시간을 더 걸어 대피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 새해 첫날의 일출을 봤지만 나는 그 일출보다도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본 밤하늘의 은하수를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2.
풀벌레 우는 덕유산 대 집회장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또 누워서 영화를 보고 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산속이라 그런지 여름임에도 늦가을 같은 추위가 덮쳤다. 덮은 담요 위로 밤이슬이 내리고 간간이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돌아다닌다. 그때마다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화와는 관련 없는 탄성이 일었다. 나는 나연과 함께 그 사이에 누워있다. 과자와 맥주를 가져와 마시고 태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난 밤하늘을 바라보며 영화에서 흐르는 음악을 듣는다. 졸음이 쏟아질 땐 굳이 참지 않았다. 몽롱한 정신으로 귓가로 흘러드는 음악을 듣고, 나연의 혼잣말에 간간이 대답을 하고 어느새 다시 일어나 지금 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물었다.
Merry Christmas Mr. Laurence
그 여름날 밤 산 속의 크리스마스가 올해를 관통해 여전히 흐르고 있다.
3.
스웨덴의 기억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아주 먼 옛날의 기억처럼 아득하다. 살면서 맞이한 가장 경이롭고 광활한 풍경이 돌아가신 할머니와 시골집처럼 흐릿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리우면서도 그립지 않게 남은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ebs에서 다녀왔던 트레킹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고 우연찮게 내가 찍은 사진이 사람과 산 잡지에 실렸다. 멀게 느껴지던 기억이 순간 바로 어제처럼 느껴졌다. 그곳을 생각할 때마다 다른 무엇보다, 큰 호수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내 모습을 먼저 생각한다. 그곳에 가만히 멈춰 서있는 나와 새벽에도 대낮처럼 환했던 비현실적인 풍광. 떠나며 언제 다시 여길 올 수 있을까 아쉬워했지만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갈 수 있기도 했다. 그곳에 가만히 머물고 싶기도 하고 얼른 벗어나 다른 곳에서 비슷한 감동을 새롭게 다시 느끼길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오늘도 갈팡질팡했다.
-Ho
2019년 10월 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