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어렴풋이 의사 선생님이

말했던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왜

나에게만

'사라지는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애정을 두는 모든 것이

시간을 앞다투어 사라져갔다.


마음을 주면 떠나기 일쑤였고,

아끼던 물건은 언젠가 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어느 것에도,

어떤 사람에게도

마음을 전부 내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를 놓아야

'무언가'를 넣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매일을 허전함에

허덕이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쩌면 끊임없는

결핍을 채울수 없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뭐,

틀려도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Ram


1.

다정함이 결핍된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종종 다정함을 찾아볼 수 없을 때가 있다.

이유 없는 불친절함은 불신과 예민함을 유발하고, 견제만 늘게 된다.

쌓이고 쌓이다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는 하는 경우도 많고,

마음속 불만은 크게 부풀어 올라 작은 바늘 하나가 스쳤을 때 펑! 하고 터져버리는 상황도 종종 있다.

스트레스와 화가 쌓이기 전에, 불만과 예민함이 자리 잡기 전에 따뜻함과 사랑을 채워 넣어보자.

그것들이 편하게 있을 수 없도록.


2.

햇살이 잘 드는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마음껏 원하는 책도 읽고 싶고, 속닥속닥 생각나는 글도 써보고 싶고, 몇 시간동안 집중해서 공부도 하고 싶고, 하얀 구름이 송송 박힌 파란 하늘 아래를 원 없이 걷고 싶고, 커피 볶는 향과 빵 굽는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두런두런 두서없이 이야기하고 싶은 가을.


3.

시간이 지날수록 칭찬을 듣기가 꽤 어렵다. 잘하고 있다고 한마디씩만 주변에 건네주자.

분명 다들 잘하고 있을 테니까.



-Hee


1.

살면서 결핍된 것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삶은 그 결핍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과정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재미있는건 결핍을 채우다보니 넘치는 것들이 생기고, 넘친 것들을 제 때 걷어내지 못하니 그 나름대로 탈이 나는 사실이 또 웃겼다.


행복을 채워나가는 일들이 참 만만치 않았다.


2.

사소한 일이든 큰 일이든 항상 결핍 속에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우선순위가 중요했다.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는 끝이 없었고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은 너무도 부족했다. 그 속에서 실제로 우리가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지.. 기준을 세워 솎아내는 게 일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결핍.


더 날래야만 했다.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하철 퇴근길. 한번은 '꼭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야만 할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여행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이상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퇴근하고싶지 않단 생각이 먼저 든 건 안비밀.



-Cheol


1.

금요일 새벽 구례로 가는 기차에 오르면서 어쩐지 답답한 느낌이 온몸을 가득 채운 것만 같았다. 퇴근하자마자 쉴 시간도 없이 급하게 짐을 꾸려 집을 떠나가는 모습이, 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정해진 약속과 계획 따라 여유 없이 바쁘게 흘러갈 시간들이 아둔하게 느껴졌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뿐인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고, 고지식하게 매 주말을 하고 싶은 일에 할애하면 갑갑해지고. 어째서 이렇게 답 없이 쓰라리기만 한지 모르겠다. 무엇이 또 부족해서. 지금 그대로 만족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런 생각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은 또 어떠한 결핍인지.


2.

어쩌면 균형과, 아무런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에 숨 막히게 답답한 것은 아닌지. 금요일의 혼란에 대한 답의 형체가 주말의 끝에서 일렁인다.


3.

나는 내 체력의 삼분의 일도 다 못 쓴 셈이지.


세석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돈다. 비싼 장비와 의류로 온몸을 치장한 남자가 같이 온 아주머니들에게 하는 유세가 끊이지 않는다.


돈 많으면 그럴 수 있지, 당연한 일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종주가 어쩌고 체력이 어쩌고 우습잖아요.

체력도 가졌나 보지.


도대체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면 그럴 수 있지.



-Ho


2019년 10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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