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도란도란 프로젝트 - 서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잠, 그리고 그녀


그녀는 잠이 많았다


눈썹을 일렁이는
아침 소리에도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고르게 내쉬며
달콤한 꿈 속을 여전히
거니는듯 했다


눈꺼풀 아래로 짙게 드리운
촘촘한 눈썹이
그늘을 만든 듯
편히 잠든 모습을 보면


괜시리
그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그녀의 단잠을 방해하고 싶은
못된 욕심이,


그녀의 꿈결에 올라타
나만을 바라보게
그 속을 휘젓고픈 질투가
피어올랐다


안으면 바스라져
그대로 무너져내릴것만 같은
진정 꿈 같은 그녀는
가장 아이같은 모습으로
파고들곤했다


그랬었다


그녀는
잠이 많은 편이었다.
정말로.


-Ram


1. 지난 일주일이 나의 2014년 중에 잠을 가장 많이 잤던 한 주가 아니였나 싶다.
자고 또 자고, 머리가 아파도 그냥 자고, 졸려도 자고, 안졸려도 자고,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고, 계속 자고.
잠은 잠을 낳고, 또 잠은 잠을 낳는다.
하지만 나의 한계치에 다다르자 머리는 지끈지끈 너무나도 아프고, 더이상 잠다운 잠을 자지 못했고,
괴랄한 꿈만 꾸었다.
나의 무의식 안에서 뛰어놀던 사람들이 내 꿈으로 튀어나와 내게 그들의 존재를 인식시켰고,
나 역시 꿈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그들을 대했다. 꿈에서도 고민을 하며 이야기를 했고, 생각을 하며 행동했다.
갑작스레 내 안에서 늘어난 잠 때문인지, 아니면 무의식에서 뻗어나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신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편두통 또한 엄청났다.
집에 있을때도, 경주에 있을때도, 서울에 있을때도, 평택에 있을때도, 수원에 있을때도, 대전에 있을때도, 그 어디에 있어도 편두통이 날 놓아주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도대체 나는 어떤 마음들을 놓아주지 않고 있기에 그 것들이 편두통으로 변해 나를 공격하고 있는걸까.


내 마음만이 답을 알고 있다.



2, 두 달 전부터 보던 영화를 아직도 다 보지 못했다. 보다가 보다가 항상 결국엔 잠이 든다.
단지 재미때문도 아니고, 이런 잔잔함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때문도 아니고,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항상 잠이 든다. 그리고나서 일어나면서 드는 생각은 ‘젠장, 또.’
결국 이번 주에도 시도해봤으나 잠이 들었다.
항상 조각조각 보던 탓에 더 그 영화에 집중하려고 했었는데.
혹자는 '그냥 네가 재미 없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미없지 않은데..
다른 영화들을 볼때는 그냥 끝까지 계-속 쭉 봐왔는데.
이 영화만 유일하게 조각조각 잘라서 보고있다.
다음주에도 계속 시도해 볼 예정이다.
꼭 끝까지 다 봐야지.


그 영화는,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델마와 루이스'를 만든
리들리 스콧의 '어느 멋진 순간’.


-Hee


잠을 자면 꿈을 꾼다
꿈꾸는 것을 좋아해서 꿈을 꾸고 나면
소중한 이에게 꿈 꾼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하는 나다.


좋은 꿈을 꾸고 나면
일어나서 기분 좋게 꿈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싶다.
안좋은 꿈을 꾸고 나더라도
일어나서 안좋은 꿈 이야기로 위로 받고 싶다.


언젠간 소중한 이와 그렇게 꿈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작은 소망.


-Cheol


노출


최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수면리듬은 불규칙적이고 오랜 시간 잠들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래도 어제는 기분 좋게 데이트를 했고, 달달한 술에 취한 상태로 들어와선 그대로 잠이 든 것 같다. 지금이 몇 시쯤일까. 한동안 그대로 누워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아직 어두운 걸 보니 그리 오래 잠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어젠 꽤나 깊이 잠든 듯 개운함이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기지개 한 번, 반대로 다시 한 번. 그리고 물 한 컵을 천천히 들이켰다. 후…. 어제 마신 술 냄새가 이제야 확 피어올랐다. '많이 마시진 않았는데…. 분위기에 취한 탓이겠지.’ 침대 위의 그는 얕은 신음과 함께 몸을 웅크렸다.


웅크린 그를 보았다. 누구나 그렇듯 그도 외로움을 타는 걸까. 조심조심 침대 위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그를 마주 보았다. 잠든 그의 얼굴은 평소 그가 짓는 표정이랑은 미묘하게 달랐다. 심통 난 아이같네. 못생겨졌어. 헝클어진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그가 내뱉는 날숨이 내 코를 간지럽힌다. '담배는 좀 끊자.'하며 슬쩍 일그러진 그의 미간을 눌렀다.


한 침대에 누웠다는 것.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서로 살을 섞은 사이 정도가 되겠지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잠든 후의 무방비한 모습. 나도 잘 모르는 그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나는 볼 수 없는 내 모습들.
그는 잠든 내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그도 나처럼 내 숨소리, 속눈썹, 입술, 포장되지 않은 표정을 하나하나 기억했으면.


한 침대 위, 내게서 등을 돌리지 않은 그 사람이 사랑스러운 새벽이다.


-Min


2014년 8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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