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도란도란 프로젝트 - 서른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예전에 이승에서 생을 다한 사람은
꽃가마를 타고 저승 길을 간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꽃가마라니!


가끔 나는 어느 곳에 저승이라는 곳이 존재하는 것인지,
지구 밖 어딘가에있는지,
구름보다 더 높은 어딘가인지
상상하곤 했다.
(땅 속을 상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풀나풀 날아드는 천사를 상상하면
왠지 꽃가마를 타고 오르는 모습이 반짝반짝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꽃가마 보다는
비행기같은 모습으로 그 먼길을 오르진 않을까
생각했다


걸어서는 넘기 힘든 경계.
바다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가끔은 반짝이는 도시위를
스스로 흘러가야 하는
그렇게 해야 갈 수 있는 모든 곳들에 비행기가 있다


비행기에 대한 첫 기억은 외할머니와 탔던 기억이다.
물론 국내선이었지만
‘갈아만든 배’ 캔음료를 홀짝이며
두려움에 떨던 손녀 , 손을 잡던 할머니.


할머니가 오르셨던 길은 꽃가마보다는,
예쁜 언니들이 미소로 화답해주고
창문 밖으로 살아왔던 집을 배웅하고
또 나의 모습을 기억하며
떠날 수 있는 비행기였기를.


힘들게 살아오신 만큼
그 곳에서는 여행하듯 벅찬 마음으로
편히 앉아 그렇게 잘 지내시기를.


-Ram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내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가 먼 나라로 떠난다.
평생 떠나는건 아니지만, 같은 한국에 없다니 굉장히 허전할 것만 같다.
항상 만나면 즐겁고, 별일이 없어도 재미있고,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행복을 논하고, 때론 서로 잔소리도 해주며,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내왔는데.
곧 있으면 찬 바람이 슝 부는 온전한 가을이 100% 첨가된 밤을 느껴, 바로 카톡으로 지금 가을이 100%라고 이야기 하면 동감해 줄 수 없겠지.
첫 눈이 어설프게 오면 왜 눈이 이렇게 어설프게 오냐며, 또는 왜 지금 이 상황에 첫눈이 내리냐며, 불평불만을 이야기해도 바로바로 대답해주지 않겠지.
때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받아, 나 지금 이런 선물을 받았는데, 이런 뜻이 담겨져 있어서 엄청 지금 좋은 내 기분을 설명해 주고 싶은 그 순간, 바로 전화를 걸 수 없겠지.
생일이 나흘밖에 차이나지 않아 우리 생일파티는 언제할까, 어디서 뭘 할까, 무엇을 먹을까, 하며 함께 고민할 수 없겠지.
폭설이 와서 설질이 좋다며 스키장을 가자고 잔뜩 흥이 난 목소리와 표정으로 이야기 할 수 없겠지.
겨울이지나 봄이되어 봄바람에 내 마음이 울렁거리고 설레여 함께 소풍가자고 할 수 없겠지.
아쉽고 또 아쉽다.
하지만 서로 대화가 부족해져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타국에 가서 마음 편하게, 여유롭게 지내는 순간이 많지 않겠지만, 그 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분명히 성숙해질 것이라고,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도 그 순간만큼은 괜찮다고,
항상 즐겁지 않고, 기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끼 한 끼 굳이 배부르게 먹지 않아도 좋다고,
그때만큼은 눈물 흘려도 된다고,
그때만큼은 외로워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동안 나역시 많은 일들과 사람들을 겪으며 느낀 생각들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잊지 않으려 일기도 열심히 쓰고,
정말 지금은 꼭 이것을 이야기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당장 메일도 쓰겠지.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허전한 건 사실이다.
아무튼 난 항상 든든하게 앞에서, 뒤에서 지켜보며 응원해줘야지!
내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를 위해!


-Hee


한 때 종이비행기를 접고 또 접어
창 밖으로 하나, 하나 날려보던 기억이 있다.


종이비행기야 멀리 멀리 날아가라.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풍경에 담긴 호기심과
더 멀리 날려보겠다는 의지와 끈기


내 마음 속에 새록새록 피어나던 참 순수했던 감정들.


이따금 하늘을 유유히 활강하며 멀리 멀리 날아가는
종이비행기가 하나쯤 나올 때는 어딘가 모르게 뿌듯했다.


모두가 그렇듯 나에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런 순수한 것들은 모두 사치가 되어 버렸다.


‘어차피 떨어질 종이 비행기라면
구태여 접어서 날려 볼 필요가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보다 현실적이다.


일자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얼마 되지 않는 일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 모두가 분주하다.
이를 악물고 낙오될까 두려워 경쟁하는 시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방황과 흔들림의 고뇌의 시기.


애써 날려 보았던 나의 마음을 담은 종이비행기도
미처 제대로 날아보지 못한 채,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


미소 짓지 못한 채.
담담히 마음의 창을 닫아 본다.


-Cheol


이번주는 휴재합니다.


-Min


2014년 8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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