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열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내 사랑이 네 부끄러움이 되지 않길


우리가 있는 어느 곳도

따가운 시선에

울음을 삼키지 않길.


내 감정이

너를 옭아매지 않기를

바란다.


언젠가 내게 익숙한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소중했던 행동 하나하나를

당연히 여기지 않는

그런 날이 이어지길

바란다.


앞뒤를 모르는

부끄러움은 계속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그 낯짝을

두껍게만 하는데,


그 모습을 너와 내가

닮아있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좀 더

따스한 사람이고

어여쁜 사이가 되었으면.



-Ram


1.

못하는게 부끄러운게 아니라,

하지 않으려고 하는게 부끄러운 거야.


2.

20대 때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것이 여러 개 있었는데,

지금 와서는 그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네.

뭐야. 낯짝이 두꺼워진거야, 철이 든거야, 나이값이야, 생각이 바뀐거야, 뭐야.



-Hee


조그마한 손으로 꼬옥 쥐고 있던 나만의 비밀

이 비밀만큼은 꼭 나만 알고 있고 싶었고


선뜻 나서지 못했던건 단지 사소한 부끄러움 탓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그 잠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순간이 다 지나고 난 다음에야

내가 너를 이미 놓쳐버렸단걸 알았을 즈음


너는 정확히 나를 향해 되돌아 걸어왔고,

내 눈동자를 환히 바라보는 너를보며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Cheol


1.

어렸을 때부터 부산이 따뜻하다는 말을 들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겨울이 부산에만 안 왔겠니. 윗지방보다 기온이 더높기야 하지만 그래도 영하인 건 마찬가지야.’ 부산은 따뜻해서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를 수치심이 솟았다. 이렇게 추운날에 서울보다 조금 덜 추워서 좋겠다는 말이 무슨 소용이람. 이렇게 차갑고 지난한 도시에 따뜻하단 말을 가져다 붙이다니, 대체이게 무슨 경우람. 눈이 쌓이지도 도로가 얼어붙지도 않는 도시. 오늘도 부산은 겉옷 없이 집 밖을 나설 만큼 따뜻한데도 여전히 나는 부산이 너무 춥다.


2.

술 마시고 취해 넘어지면서 손으로 짚은 테이블이 부서졌고 그 위해 놓여 있던 접시와 잔들이 땅바닥 위를 뒹굴었다. 그 순간에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이게 얼마나 멍청한 행동인가.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사람이라니 민지는 이제부터 나를 얼마나 얼빠진 사람으로 볼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일들이 그 이후로도 꽤 자주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 잠든 나를 찾아서 깨우고 집에 가지 않겠다는 나를 어르고 달래 데려다주고, 나 같으면 당장에 정나미가 뚝 떨어질만한 일들 다음에도 민지는 어째선지 늘 웃으면서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달래줬다. 그말에 나는 더 미안했다.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는데, 이렇게나 나를 아껴주는데 나는 민지에게 늘 추태나 보이는 사람이었다.

얄팍하게도, 억지로 구토를 하며 속을 비워낼 때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그런 사랑을 이제는 더 받지 못할 거란 생각에 한참 슬펐고 해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혼자서 미안한 마음에 절어 흘러내렸다.



-Ho


2019년 12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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