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열 네 번째 주제
갖고 싶었던 것을
가져본 적 없어서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
해가 지날 때마다
한 살 더 먹는
생일도 고까웠고
매달 찾아오는
과자를 주고받는 날도
질린 터였다.
그러던 중에
네가 그랬다.
축하할 일이 없으면
아무날도 아닌 지금이
좋은 날이라며.
그렇게 무심하게 들고온
선물을 주었을 때.
나는 고장난 사람처럼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고맙다는 말도,
눈물도, 뜻대로 내뱉지 못하고
가슴이 아릿한 충격에 허덕였다.
너는 계속 나를
특별하게 만들고,
나는 그런 너를 어찌해야할 지
고민이라며 붙잡고.
-Ram
1.
나를 찾아온 선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선물은 그냥 그때뿐이고 금세 일상으로 돌아가더라. 나는 까마득히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했나봐. 어쩔 땐 소소한 것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지겨워.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가 말이지.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소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면 언제 웃고, 언제 신기해하고, 언제 재밌어하냐. 너무 재미없는 인생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데.
2.
며칠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랩을 탔다. 그 드라이버는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드라이버 중 가장 점잖은 억양(심지어 배우고 싶을 정도의 억양을 가진)을 가진 드라이버였다. 출발하기 전에도 인사말을 꽤 길게 하더니, 내리기 전에도 마치 관광버스 마지막 내릴때 방송하는 것처럼 실제로 자기 차를 타줘서 고맙다고, 좋은 밤 보내라는 등 인사말을 꽤 길게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서, 옆에서 손바닥만한 생수병(처음 봤다 너무 귀여운 생수병사이즈)을 선물로 주면서 잘 가라고 했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 저절로 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드라이버는 팁을 받았다지. 팁을 받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의도가 무엇이든 잊혀지지 않을 드라이빙이였다.
3.
어디선가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시간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Hee
회사와 집을 반복하며
이따금 야근도 하고 주말출근도 하며
밀푀유나 스파게티나 전찌개나 해먹으며
남는 시간엔 빨래나 집정리하며
적적히 소소히 보내도
혼자여서 편하고 홀가분해도
비우며 선명해져도
그럼에도 돌아보면
함께한 시간들이 모두
감사하고 행복해서
그 자체가
내가 받은 선물이었단 걸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란 걸
그 시절에 더
자주 표현할걸 그랬어
-Cheol
1.
생일 선물이랍시고 집에 온 택배 박스를 들고 가 그대로 내밀 때 하필 수진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선물은 마음을 주는 일이라서, 작은 사탕 하나를 선물할 때도 포장지로 보기 좋게 감싸서 전해줘야 한다고. 성의 없는 선물은 선물 같지가 않다고. 수진은 꼭 그랬다. 책을 하나 선물할 때도, 양말을 선물할 때도 꼼꼼히 포장을 했고 설레며 포장을 뜯어보는 나의 표정을 지긋이 바라보는 일을 좋아했다.
포장이 뭐가 중요해, 선물의 가치가 중요하지.
그래도 이렇게 해주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까봐.
2.
우리가 서로를 키우듯이 같이 살았을 때 나는 그 하루하루가 선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은 진작에 끝났고 나는 아직도 선물을 포장하는 일이 귀찮고 어렵지만 여전히 내 삶과 가치관의 절반은 수진이 가꿨다고 해야 할 것이다.
-Ho
2020년 1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