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마흔 세 번째 주제
내게 그럴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반려라던가
부모라던가,
누구를 책임질 자격이
있을 지 모르겠다.
나는 온전한 나만으로도
끝없이 부족한 사람인데
이렇게 이기적으로
나의 것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음은 어렴풋한 기억으로
잊어보낸지 오래라서,
껍데기 뿐인 내가
행복할
그럴 자격이 없는 것만 같아서
자꾸 움츠러든다.
-Ram
1.
그놈의 자격.
내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다면
곧이 곧대로 듣지 않을 자격도 있다.
2.
마음대로 연락할 자격이 있다면
마음대로 대답하지 않을 자격도 있다.
3.
그 신발은 싫다고 몇번을 말해도
눈치를 못채고 있는 건지,
눈치가 없는 척을 하는 건지.
말하다보면 말하면서 기분이 나쁜
내가 싫어서 이내 입을 다문다.
-Hee
단지 지금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
주어진 시간을 견뎌왔기에 얻은 기회.
조건을 바라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
그럼에도 우리는
자격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내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다만..
모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시작하면
너무 늦지는 않을까?
서툰 시작앞에
언제나 서툰 우리.
-Cheol
트레일 첫 날 하이킹을 끝내고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데 욱재형이 노리플라이 노래를 듣길래 노래가 형이랑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다. 가수 본인한테 자기 노래가 잘 어울린다니, 무슨 소린가 생각했을 형을 떠올리니 지금도 조금 민망하다. 소개할 때 취미로 기타를 조금 친다길래 동호회라도 하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언젠가 올림픽 공원에서 돋자리 펴고 앉아 멀리서 보았던 그 가수. 내가 찐팬이라고, 나는 형이 막 전역했다며 스테이지 위로 신나서 뛰어 올라가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그러고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점점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이야기하며 계속 찾아 듣고, 좋아하는 가수들 이야기를 들으니 좋긴 좋은데 거기서 욱재형에 관한 이야기가 단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궁긍하다며 물어보는 게 어째 죄다 권순관 이야기. 하도 많이 물어봐서 이제는 내 입에서도 언젠가부터 순관이형이라는 말이 나왔다.
형 이렇게 살고 있어 가사는 누가 썼어요? 그거 순관이형이.
형 그럼 긴 여행을 떠나요 가사는요? 그거는 순관이형 개인 앨범 수록곡이잖아. 다 순관이형이 했지.
형 tonight가사 왜 그렇게 슬프게 썼대요? 순관이형이 진짜 이별하고 난 다음에 쓴 곡이라서ㅋㅋ
따로 사과는 못 했고 나는 찐팬 자격을 잃었다. 이제부터는 그냥 노리플라이 팬, 대신 권순관 찐팬.
-Ho
2020년 8월 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