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마흔 다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요즘 들어 부쩍

야위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 몸무게를 재면

그대로인데 말야.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사랑이 모자라서 일지,


알게 뭐람.


그런 사이즈는 알 필요도 없이

나는 늘 부족했는 걸,


그냥 늘 나는 목말라있었는 걸.



-Ram


1.

요즘 거의 매주 나이키에 얼굴도장을 찍는다. 나이키(를 내가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에서 테니스화를 사려고 보니 내가 가는 매장마다 전부 테니스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테니스에 관련한 나이키 의류, 신발은 다 온라인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는 맥 빠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처음엔 테니스화와 일반 운동화 차이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어서 검색도 해보고 코치님한테도 물어봤었다. 결론은 (사실 옷보다) 더 테니스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실제로 보는 것도 쉽지 않고, 신어보는 것은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다. 마지막 보루는 서울 낙원상가처럼 말레이시아에도 테니스 낙원상가 느낌의 쇼핑센터가 있다고 해서 나중에 시간되면 그 곳에 가볼 예정이다. 또 하나의 후보는 윌슨(사실 이 브랜드로 마음을 굳혔다 - 나이키보다 훨씬 가볍다고 한다)인데, 말레이시아에는 공식 매장은커녕 공식 사이트조차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뒤늦게 알아본 바론 라자다에 윌슨 오피셜 스토어가 들어와있긴 하지만 옷이고 신발이고 악세사리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또 나를 슬프게 했다) 윌슨 오피셜사이트엔 미국 내 배송만 가능하다고 떡하니 쓰여있다. 음. 어렵다. 사실 제일 어려운 점은 내 발 사이즈가 (5단위도 아니고, 그렇다고 10단위로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닌 애매한 그 어느 사이) 굉장히 애매해서 사이즈가 걱정이고, 말레이시아도 해외 직구가 있을 법한데 그 방법을 또 이제 알아봐야 한다. 하하. 어렵구만. 만약 사이즈 안 맞으면 교환은 되나.. 교환하려면 또 한 두 달은 그냥 지나갈 것 같은데.. 비용은 비용대로 나갈 것이 분명하고.. 그래도 언젠가 내게 맞는 테니스화를 꼭 찾아내야지! 굉장한 시행착오가 저-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2.

도대체 저 사람 머릿 속엔 얼마나 커다란 지도가 그려져 있는 것일까. 종종 궁금해질 때가 있다.


3.

확실히 감정의 스펙트럼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4.

햇볕아래에서 더움을 잠시 참고 사진을 찍고,

예쁜 카페에 가서 맛이 좋은 커피를 마시고,

국적은 다르지만 느끼는 것과 코드가 그나마 비슷한 (물론 100%는 아니지만)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달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해버리는 것 또한 재밌어버리는 시간들.


5.

친구가 말했다.

그나마 체력이 버텨주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Hee


뒤죽박죽 뒤섞인 옷들 속에는

체형이 줄어들었을 때 입는 100 사이즈

체형이 늘어났을 때 입는 105 사이즈

늘어난 허리 둘레를 감당해주는 34인치

줄어든 허리를 감당해주는 32인치


무더기로 뒤섞인 사이즈들.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내 체형처럼

때때로 달라진 사이즈에 어색한 내 모습처럼


자기마음대로 들쭉 날쭉,

마치 너에 대해 혼란스러운 내 마음처럼


무더기로 뒤섞인 내 마음들.



-Cheol


관짝같이 작고 가벼운 텐트에서 자다가 사람이 열 명도 누울 수 있는 커다란 쉘터를 사서 잤더니 체감이 거의 아파트다. 야전침대가 둘, 의자도 둘, 커다란 하드 쿨러에 테이블도 두어 개. 그러고도 어쩐지 휑한 느낌. 비싸긴 관짝 텐트가 배는 더 비싼데도 무게를 제하면 만족도는 쉘터가 수십 배는 더 높다.


계곡을 앞에 둔 숲속에 자리 잡고 어느새 이틀째 먹고 수영하고 자기를 반복했다. 종일 한량처럼 지내려니 필요한 짐도 많아졌다. 혼자서는 잘 챙기지 않는 쉘터에 타프도 챙기고 대형 랜턴도 챙겨왔다. 가방 하나에 다 챙겨 다니던 때에 비하면 사이즈가 지나치게 커졌다. 혼자일 때는 늘 과해 보이기만 하던 짐의 양과 크기가 둘이 된 지금, 어째 딱딱 들어맞는다. 사이즈 참 잘 뽑았구나 싶다.



-Ho


2020년 8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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