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마흔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언젠가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꼭 해주고픈 말이 있다.


나를 들여다 보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어떤 사람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고

마음을 길러야 한다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한 번 즈음

너 자체를 자세히 보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나는 나이 서른 언저리에 와서야

내 눈, 코, 입, 그리고 팔, 다리

어디엔가 못난점 예쁜 점이 있는지


이제서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10년 전 즈음 알고 있었다면

더 새로웠을 나의 몸과 모습에 대해


왜 더 안아주고 아껴주지 못했는지

안타까워서.


그래서 이야기 해주려 한다.


나는 못생긴 나의 발가락을 사랑하고

곳곳에 남은 솜털과

짝짝이 쌍커풀, 눈썹을 좋아한다.


그렇게 나를

가장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바라보는 연습을,

거울을 거울처럼 바라보는 연습을


너는 꼭 했으면 한다고.



-Ram


1.

립스틱을 자주 덧바르는 내게 거울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지품이다.

주로 가지고 다니는 가방 두세 개에 거울을 각각 미리 넣어두니

가방을 옮길 때마다 거울까지 모조리 옮기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

예전에 친구가 자기는 가방마다 립스틱 하나씩 넣고 다닌다는 소리에

나도 응용해봤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해.


2.

내가 좋아하는 류의 캐릭터들이 있다.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나와 꽤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어떤 캐릭터가 나오면(특히 스티커나 이모티콘)

'저건 딱 네 스타일'이라고 딱 말할 수 있을 만큼 취향이 확고하다.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닌 스티커를 동생이 줬다.

동생은 나름 큰마음 먹고 준건데,

(나와 동생은 언제부턴가-아마 20대 후반? 스티커를 애정한다)

사실 내 타입의 캐릭터는 아니다.

그래도 일단 스티커파일에 고이 모셔두었었다.

어느날 회사에 둘 거울이 필요해서

조그만 손거울을 하나 샀는데 거울 뒷면 상표가 꽤 별로였다.

스티커를 붙여볼까싶어 스티커파일을 뒤적거리다가

예전에 동생이 준 스티커가 내 손거울 뒷면 크기와 진짜 자로 잰 듯 딱 맞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라 아무 이유없이 다이어리 한 면에 그냥 붙여버릴까 했었는데,

다 쓰임이 있었던 거였어.

알맞은 곳에 붙였다고 생각하니 이젠 조금 예뻐보인다.


3.

사람은 죽기 전까지 직접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때때로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날 만나보고 싶은 상상을 한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항상 내가 거울로만 보는 나의 모습이랑 실제로 만나는 나랑 진짜 똑같은지.

난 죽어도 이 대답을 찾을 수 없겠지.



-Hee


거울 앞에 선 나를

대면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머리나 만지고

치장하는게 아닌


거울 속에 나를

대면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글을 쓸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지만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걸까



-Cheol


씻지 않아 기름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죽은 듯한 눈, 혐오스러운 살집. 내가 끝끝내 아니라고 두둔하던 내 모습들이 얼마 전에 사온 작은 거울에 낱낱이 비추어진다. 처음 집을 구했을 때는 엄마랑 같이 마트에서 사 온 전신 거울 하나가 있었고, 다음 집에서는 들어갈 때부터 있던 작은 화장거울이 있었다. 그리고 저번 집부터는 자그마한 손거울 하나도 없이 살았다. 단지 필요가 없었기에 갖추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했는데 망가진 내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인가 싶다. 내가 나를 기만하고 망쳐왔다. 끔찍한 일이다.



-Ho


2020년 8월 2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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