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쉰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그런 순간이 있다고들 한다.


아,

이 사람이구나

아,

이 때가 맞구나,


그런 어떤 순간.


그런 확신이 있는 시작,

혹은 과정은

얼마나 달콤할까.


누구를 만난다는 것도,

일을 시작해 나가는 것도,

무엇 하나 흔들리지 않고 가는 법이 없는 나에게,


올곧은 확신을 내밀던 널

어떻게

비겁하게 사랑할 수 있겠어.


나는 너보다 훨씬

조그맣고 사사로운 사람이라

사랑받지 못하는 것 뿐이었는데,


그게 네게 확신이 되지 못 할 줄.


몰랐단 말야.


그냥 난 네가 없어진 후에야

그런 확신이 들어버린거야.



-Ram


살면서 확신이 든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순간들을 여러 번 겪어왔다.

확신도 기대의 일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함부로 확신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

괜히 기대의 감정을 넘어 확신까지 가게 되면 정말 큰 실망이 다가올까 봐 말이다.

겉으론 확신에 가득찬 척, 담담한 척, 떨리지 않는 척해도, 속으로는 얼마나 동공 지진이 일어났는지.

특히 사람의 마음속은 더욱 알 수 없고, 상대방 말고 나조차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확신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와 더불어 확신한다는 사람의 말도 믿기가 어렵다.



-Hee


그는 확신에 차 속으로 생각했다


'이 간장계란 비빔밥은 맛있을거야'


간장 한 스푼, 참기름 한 스푼, 그리고 계란 한 알. 그 간단하고도 알맞은 비율이 가져다 줄 결과가 어떨지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확신.


그래 그건 숱한 반복과 시도에서부터 탄생하는게 아닐까. 지금까지 숱한 실패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번 시도에서는 분명 되고 말거라는 주관. 그런 주관과 확신은 바로 그 실패로부터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확신이란 건 그렇게 끊임없는 시도에서 탄생하는게 아닐까.


그렇게 확신과 확신이 켜켜이 쌓여,

우리의 굳은 눈빛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Cheol


나이 들고 혼자인 모습이 걱정돼서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망설이는 사연자에게 허지웅 작가가 해줬던 말이 한동안 위안이 됐었다. 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는 비혼인 사람이 아주아주 많아서 비혼인 노후를 딱히 걱정할 이유가 없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나에게 정년퇴직을 앞둔 지용 선배가 해주었던 조언도 비슷했다. 이 나이 먹고 결혼은 안 해도 연애하고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만족스럽다고. 비혼은 외롭기만 하지, 결혼은 외로우면서도 괴로운 일이라며.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혼자서 술을 드시고 남은 안주를 가져와 내 방문을 두드리시던 모습이 그리 만족스러워 보이지만은 않았었지만.



10년도 안 탈 차 한 대 살 때도 몇 달을 고민하는데 평생 같이 살 사람을 고를 때는 적어도 몇 년은 고민해 봐야지 않겠어? 그때는 웃어넘겼던 말들을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된다. 결혼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지영과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지나치게 자주 하며 지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내 모든 가치관의 지표가 비혼을 가리키는데 결혼을 생각한다니. 확신은 커녕 일말의 자신감도 없는데 말이다. 대충대충 잘 살자고 마음먹어도 결혼은 당최 쉽지 않다.



-Ho


2020년 11월 2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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