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예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주머니 속 사정이 좋지 않을 때,

배고팠던 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망고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땐

지금도 비싸지만 한 알에

6-7천원 하는 과일을 덜컥

사먹기가 어려웠다.


한 끼 밥값이었으니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동생과 이야기하고나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3만원 즈음에

망고를 한 박스나 사버렸다.


하하.


그런 기분을 알까.


고작 3만원 남짓으로 부자가 된 기분을.

우리는 방 칸칸마다 차오르는

망고 향에 취해있었다.


하루에 한 알씩 까먹어야지.


아직 후숙되지 않은 첫 망고를

서툴게 베어먹고

그마저도 기분좋아 웃으며 잠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부는 물러서 먹지 못했지만

우리는 일주일은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망고향을 맡으면

그때 기억이 나서 좋다.


그런 것들,

나를 소박하게 행복하게 해주던

그런 것들이 이제는 잘 없으니깐 말이다.



-Ram


1.

언젠가 마트에서 생망고를 처음 먹고 인상썼던 그 사람들은

처음엔 망고에 뼈대가 그렇게 굵은 지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선뜻 적지 않은 돈을 주고 해외에서 왔다는 망고를 선물한다.


2.

정말 어렸을 적에 친구들이랑 술을 먹은 후

친구네 집 2층 침대에 누워있다가 큰 숙취로 인해 새벽에 깬 적이 있다.

그 때 친구네 집엔 망고쥬스가 있었는데,

자기 직전에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입이 텁텁할 즈음

그 망고쥬스가 얼마나 맛있던지.

꿀꺽꿀꺽 다 마셔버렸지 뭐람.

그 날 이후 술 먹은 다음 날 아직 술 기운이 느껴질 땐

망고쥬스를 찾았다.

몸 안에 있는 술들을 몽땅 다 색도 맛도 진한 망고쥬스가 덮어버리는 느낌이랄까.


3.

망고가 단 줄도 몰랐던 그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 망고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느새 제일 당도 높은 망고를 구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아직도 무엇이 제일 당도 높은 망고인지 모른 채 헤매고 있다.

언제쯤 우리가 달콤한 망고만 딱딱 골라낼 수 있을까.

색만 언뜻 보고 제발 맛있어라, 하고 바라면서

운 좋게 그토록 찾던 망고가 걸리기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Hee


맑은 것도 아니고

구름낀 것도 아닌

어중간한 회색빛의

하늘이 이어진다.


편한 파자마에

망고 두어개 까서

소소히 이야기 나누는 일


소소한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닌데


아주 간단한 일상조차

정말 마음먹기 나름인가봐



-Cheol


1.

월급날이면 망고를 박스 째 사다 놓고 먹는 일. 청과물 시장을 동네 편의점보다 자주 들리며 제철 채소와 과일을 마음껏 사와 언제든 먹고 싶은 만큼 먹는 일은 채식주의라는 단어가 주는 어딘지 날이 선 인상처럼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지낸 기간은 기껏해야 반 년 남짓이고 그마저도 추석 차례상 앞에서 처참히 무너저버렸을만큼 수박 겉핥는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채식은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이상향처럼 남아있다. 채식은 가볍고 산뜻한 일. 일말의 죄책감을 덜어내는 일. 비싼망고를 마음대로 사 먹어도 어느새 이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치킨값과 비교하며 괴로움을 떨쳐낼 수 있는 일.


2.

연주가 채식을 시작하며 채식은 내가 좋아서 해도 견뎌낸다는 느낌을 잔뜩 받는 일이라며 불평할 때, 조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육식에 중독된 사람마냥 고기를 찾는 나보다야 연주의 마음이 훨씬 단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꼬는 말을 잔뜩 해버렸다.


양상추에 드레싱 잔뜩 뿌려 먹으면 그게 채식이야? 나물이랍시고 기름에 달달 볶고 소금 잔뜩 뿌려 먹는 거 그거 정크 채식이야.


우선은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지금은 단지 육식이 아니라는 것에 만족하는 단계라고.


목축업이 지구온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채식의 가장 큰 이유가 그런 부차적인 이유라면 아마도 끝끝내채식은 견뎌내는 일이 될걸.

(게다가 취직이라도 해버리면 몇 배는 더 힘들어 질 텐데 그때는 정말...)



-Ho


2020년 11월 2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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