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예순 한 번째 주제
늘 나의 일상이 그런편이었다.
쉬이 나아가는 법은 없었다.
돌아보면,
언제나 상처받고 싶지 않은만큼
거리를 두었다.
감정을 찌를 태세로
다가오는 사람을
쉽게 받아주질 못했다.
나는 꽤
유약하고, 어렸고,
잘 모르는것 투성이었거든.
그리운 것들은
매일 사라졌고,
나는 잃지않기 위해
싸우는 법이 늘어났다.
감정은 스스로 벽을 올리고
너를 혹은 너희를
밀어내는 것에
익숙해진 내가
더이상 싸울 상대조차 없단 것을
알았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작고 약한 존재 뿐이라는걸.
그때도 알았다면 뭔가 달랐을까.
-Ram
1.
유일하게 높은 하이힐과 빨간 립스틱이 없어도
머리 질끈 묶고 앞머리 한 올도 내려오지 않게 바짝 올리고,
맞은편 코트에서 날아오는 공이 어디로 튀어 오를 지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잔뜩 노려보는 눈까지 장착하면
전투태세 완료인 곳은 바로 테니스 코트 위!
2.
프레젠테이션 하루 전 날
10번 이상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한 적이 있었다.
중간중간 호흡이 들어가는 포인트,
손을 가리키는 포인트,
이야기하면서 다음 슬라이드로 자연스럽게 넘기는 포인트까지
단 1초라도 방심하지 않도록 실전처럼 연습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내가 연습한 모든 것을 쏟아냈고 결과도 대만족.
연습도 연습이지만, 연습으로 인해 조금씩 쌓여가는 자신감이
전쟁터에선 큰 무기가 된다.
3.
다음날 깜짝 생일파티를 해준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내 생일이 꽤 늦은 편이여서
미리 몇 번이나 깜짝 생일파티를 내가 주도해서 해주었기 때문이였다.
사실 파티라고 해도 별 건 없다.
그냥 케익 사오고, 불 붙이고, 상대방이 방심하는 틈에
생일 당사자 이외 동료들과 케익을 들고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당사자는 놀라고, 초를 끄고, 감사의 말을 한다.
보통 단순히 Thank you 라고 하는데, 꽤나 짧아서 다들 더 길게 말하라고 권한다.
이 당사자가 내가 되는 것이지.
사실 한국어로 하면 열 마디고, 백 마디고 술술 내뱉을 수 있지만
여긴 영어를 쓴다.
누가 들으면 웃기겠지만 전 날 초를 불고 할 이야기를 미리 준비해갔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친구들이 생일파티를 해줬고, 난 몰랐다는 듯 초를 불고
먼저 고맙다고 말했다.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더 스피킹을 하라고 다들 말했고,
나는 사실 준비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리 준비했던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했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미리 준비하다보니 사실 꽤 길었다지.
그렇게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맞이한 내 생일.
-Hee
모두가 동그란 눈에 빛이 났다.
오른손엔 비닐장갑 왼손에 접시 하나 장전완료. 수 많은 음식들을 두고 어떤 음식부터 코스를 돌아야하나. 그야말로 의욕 충만. 어찌 저리도 다들 동기부여가 완벽한 상태일까?
샐러드부터 종류별로 담아가며 시작하는 친구, 고기가 들어간 육류부터 바로 시작하는 친구, 회와 초밥 등 날것부터 시작하는 친구까지..! 각자가 자기만의 전략이 있었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슬슬 후반부에 돌입한다. 후식 전략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여러 접시를 쌓아올린 후에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뒷짐을 진다.
그래.
잘했다.
음식 먹는 순서에 옳고 그른 전략이 어디 있으랴. 어떠한 것이든 가까운 친구들과 음식 쇼핑과 식평을 나누는 시간만큼 값질까?
북적북적 거리던 그 때가 있었다.
-Cheol
깊숙이 침투한 그의 우울을 몰아내야 한다. 멘탈 도둑, 그가 퍼뜨리는 암울함에 익숙해지기 전에 가능한 빠르게 탈출해야한다고 온 신경이 경고한다. 그의 우울은 나라는 개인이 도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이 아주 많다면 모를까. 오랜기간 본인도 모르는 새에 인생이 빛도 보이지 않는 깊은 동굴로 파고든 사람의 우울은 단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고 해서 간단히 벗겨지는 가벼운 종류의 우울과는 질감이 다르다. 나마저 유리 멘탈로 만들고, 나를 음울한 늪으로 끌고가는 납덩이같은 우울.
불안한 상태가 오히려 더 평온하다는 말에 한 편으론 공감하면서도 그게 병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같이 살자고 만나는 사이에 어째 같이 죽자는 말처럼 들린다고. 우울하단 말을 내뱉으면 뭐라도 해결이 되는 줄 아냐고. 내가 어떻게 빠져나온우울인데, 다시 인생을 절뚝일 수는 없지. 나는 나를 지켜야지.
-Ho
2020년 12월 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