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예순 여덟 번째 주제
별을 헤는 사람의 마음이 그랬을까.
기다림이 예견된
어느 날을 또 기다리다보면
커다란 공허함을 마주하게 된다.
이 앞에 무엇이 있더라도
품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그때의 얄팍한 각오로는
잘 몰랐던 것들이다.
눈발이 흩날리던 어느 날에
유난히 조용했던 산골에
너와 같은 아이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하얗게 쌓인 눈 사이를
저벅저벅 밟아 흐트러뜨리는
누군가의 군화가
퍽 미운 날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도하는 것 뿐이겠지.
-Ram
1.
10년도 더 전에 입대한 네 덕분에 일말상초라는 말도 알았고,
그리움도 느꼈고, 덩달아 자유도 느꼈어.
네가 입대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나는 너에게 더 오래 귀속되었겠지.
그게 행복이라고 느끼면서. 그게 안정적이라고 느끼면서 말이야.
네가 입대한 덕분에 나는 자유로움을 되찾았고
너의 연애 방식, 그리고 나의 연애 방식이 꽤나 잘 못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그 뒤 너의 부모님이 너보다 더 많이 생각났지만
네가 아니였으면 아예 만날 수 없을 분이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담담하게 마음을 내려놓았었던 것 같아.
너에겐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게 내겐 수많은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어.
2.
먼 길을 내려와
내 손에 들려준 무지개색 봉투에 담긴 무지개색 편지들이 종종 생각나.
안에 그려져있던 그림까지도.
-Hee
어찌보면 사회에서 드러나는 온갖 악폐습은 군대문화와 닮아있다. 어쩌면 그저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이 다 닮아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선택이 아닌 의무.
없는 자식들에게 씌워지는 굴레.
이해할 수 없는 악폐습으로 뒤덮인 곳.
괴롭힘과 폭력의 온상.
누군가를 자살하게 만드는 곳.
종종 인권조차 실종되는 곳.
모두들 아무렇지 않은 척 감내하며 살아가지만..
마음의 상흔을 가득히 채워주는 곳.
그래서 입대하는 꿈이야말로
견디기 힘든 최악의 악몽으로 분류되는 것이겠지.
-Cheol
여태까지 군대는 늘 남의 이야기였었기 때문인지, 입대 날 연병장에 엉성하게 정렬한 무리의 가운데 서 있는 와중에도 생경한 느낌이 자꾸만 들면서 모두 남의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주륵 흘리고, 또 가족으로부터 쿨하게 돌아선 누군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오는 것들을 보면서 매달 반복되는 신파극에 신나는 사람들은 주변 식당 사장님들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뒤 가족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뒤 그곳에는 무엇에 화가 났는지 자꾸만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당연하고도 억울한 일에 겁을 잔뜩 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조금은 불쌍했고 조금씩은 화가 나 있었다.
-Ho
2021년 1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