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중"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예순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취향이라는 건

알다가도 모르겠다.


예전에 나는

버섯 음식을 싫어했고

실없는 농담을 싫어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것들이 퍽 재밌고 즐거운

일들이 된다.


그렇게 변한 취향을 닮은

누군가를 마주하면,

계속 해서 마주하고 싶어진다.


싫어 했던 것들을

당신에게 맞추고 싶어진다.


나만이 당신의 변화를 알아채고

싶어지고

부름에 답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너를 응원하게 된다.



-Ram


평일내내 말레이시아 시간으로 6시마다 아웃스탠딩에서 메일이 온다.

나름 양질의 콘텐츠를 읽기엔 꽤 괜찮은 서비스다.

하지만 1년 정도 구독해보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정해져있긴 하다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그들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라 꾸준하게 구독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민준 작가의 '계절일기'를 구독했었다.

우연히 3~4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작가였는데 그 작가는 안양천을 자주 달렸다.

당시 내가 가산에 살았을 때 나도 안양천을 즐겨 간지라 신기했었고,

그의 글들이 괜찮아서 팔로잉했다.

그리고 '시간의 모서리'가 나왔을 때 책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너무 글이 마음에 들어서

그 뒤 신작들도 몇 번 구매했었다.

(내가 처음 구매한 시간의 모서리는 진한 파랑색이였는데 요즘 시간의 모서리는 책 디자인이 바뀌었더라)

말레이시아에 온 뒤로 한국 책을 마음놓고 구매할 수 없어서 약간 아쉬웠는데,

어느날 그 작가가 단돈 만 원에 15개의 글을 받아볼 수 있다는 '계절일기'라는 메일링서비스를 한다는 말을 듣고 구독신청을 했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꾸준하게 글이 왔고, 글의 퀄리티도 좋아서 글이 올 때마다 열어보면 너무 빨리 읽는 것 같아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아껴보는 중이다.


작가들의 글을 메일로 구독해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였다.

대학교 때 처음 알게 된 한 A라는 작가가 2년 전쯤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달가워하면서 구독했던 적이 처음이였다.

그 A라는 작가는 내가 대학교에 다녔을 시절 감성을 너무 잘 건드리는 작가라 독립출판 형식으로 책을 낼 때부터

그녀의 책들을 구매해왔었고, 주변사람들에게도 꽤 많이 선물하고, 추천해주었다.

2년 전 구독 후 작년 말쯤 그 작가의 메일링 서비스를 또 구독했었는데,

음. 이번에는 자꾸 글이 펑크가 나고... 퀄리티가 내 기준에는 예전같지 않고.. 뭔가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서 실망했었다.

아마 앞으론 그 작가의 글은 구독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2018년에 김이슬 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줄 몰랐을 때)가 '김이슬 사담'이라는 메일링서비스를 한다고 하길래 계속 구독해서 봤는데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작가였다. 글도 꽤나 재밌고 괜찮았다. 그래서 시즌2까지 구독했었다. 메일로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은 과거 메일로 마음을 꾹꾹 담은 편지들을 받았을 때와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아, 하나 더 있다. Acoustic Weekly!

이건 트위터에서 알게 된 서비스인데, 거창한건 아니고 피아노를 전공한 개인이 한 주에 한 곡(사실 한 곡만 올 때는 많이 없고 항상 여러 음악들을 추천해준다)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메일링서비스. 심지어 구독은 무료라서 일단 구독신청을 했다. 매주 처음 듣는 클래식 음악들이 내 메일함을 채웠었는데 어쩌다 한 번씩 아는 음악을 추천해 줄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제리 멀리건이 바로 그 예다.

평일에 일하다가 유튜브에서 썸네일이 앨범표지인 영상을 발견했고, 앨범이 너무 예뻐서 40분이나 되는 전곡을 듣다가 연관 동영상에 또 예쁜 앨범표지가 있길래 또 클릭했다. 이번엔 30분짜리 앨범. 여기서 첫번째 앨범은 재즈 기타리스트인 허브 엘리스와 레모 팔미어의 'Wild Flower'였고, 두번째 앨범은 섹소포니스트 제리 멀리건의 'Night Lights'. 특히 제리 멀리건의 'Night Lights'의 분위기는 영화 Rainy Day in Newyork 에서 티모시샬라메가 연주하는 'Everything happens to me'와 비슷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갔다.

아무튼 Acoustic Weekly의 에피소드 중 제리 멀리건의 노래가 '재즈가 된 클래식'으로 추천된 것을 보고 굉장히 반가웠다.



사실 내 의지로 구독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메일함을 채워주는 서비스도 있다.

먼저 Quora. 사실 이건 백년전에 함께 일했던 개발자였나(기억도 잘 안난다) 아무튼 개발자들의 커뮤니티라고 듣고 가입했었다.

개발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니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는 이 서비스는 초반에 IT종사자들의 네이버지식인 느낌이였는데,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내 궁금증을 해소시키기엔 한계가 있었고, 점점 내 관심사에서 멀어져갔다.

그렇게 Quora가 머릿 속에서 잊혀진 어느날부턴가 Quora에서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주더라.

그냥 광고메일이나 들어온 지 한참 되었다고 알려주는 메일 같은 줄 알고 몇 번은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지웠다.

그러다 하루는 Quora 메일 제목이 너무 내 관심을 끌어버려서 메일을 열어봤다.

그 메일 제목은 "Is running 5K in 30mins is okay?" 완전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의 제목이였다.

평소 러닝을 즐겨하던 내겐 굉장히 흥미있는 제목이였고,

'Quora에서 이런 질문들도 해? 러닝을? 개발자들의 놀이터가 아니였어?'라는 생각을 하며 메일을 열었다.

오랜만에 들어간 Quora에는 정말 온갖 카테고리가 다 생겨있었다. 그래서 나도 관심있는 몇 개의 카테고리를 설정해뒀다.


사실 애매하게 Medium 같이 그냥 가입만 되어 있는 것들도 마치 구독메일처럼 정기적으로 오는 Daily Digest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Design Taxi, 그리고 과거에 오픈갤러리 서비스에 관심있었을 때 가입했었던 Artsy까지.

뭐 메일함 보면 확인하고 거르고, 지우고, 폴더링하기 바쁘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독을 할까, 말까 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그건 무려 집으로 해외배송되어 오는 서비스라 가격이 만만치 않다.

조금 더 고민해봐야지.



-Hee


창 밖으로 하얀 눈이 보슬보슬 내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갈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부들부들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


좋았던 일. 힘겨웠던 일. 속상했던 일.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지난 날들 그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눈송이로 내리는 것 같았지 뭐야. 한송이 한송이가 참 소중하지 않았나.. 조금 더 온화하고 부드럽게 대해볼걸 생각도 해보지만 사실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기도 했던 것 같아.


살다보니 마음속에 응어리 한두개쯤은 끌어안고 살아가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더라. 세상이란게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아서 말야. 또 우리가 서로다른 각자의 삶이라서 말야.


손바닥에 닿아 녹아 사라지는 눈송이처럼, 우리 이야기들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녹아내리겠지 싶더라. 그래서 오늘은 또 몇몇 구독을 해지해보려고 해. 꼭 필요한 것만 정말 소중한 것만 남겨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소소히 채워보려고 해.


내 인생에서 오래도록 소중한 것들을 한 손에 꼽을 정도로만 딱 그정도만.


1995년작 영화 러브레터와 a winter story 피아노 곡이 생각나는 하루야.



-Cheol


1.

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유튜브 프리미엄, 밀리의 서재, 빈 브라더스 원두, 마음산책 북클럽. 미처 놓치고 있었는데 디지털에도 미니멀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구독 중인 수십 개의 유튜브 채널들. 개중에는 개인적인 공부나 운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구독했던 채널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 동물, 유머, 취미, 풍경 따위의 취향에 편중된 채널들이었다. 오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내게 맞춰져 주름지고 늘어나는 가죽제품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좋다고 생각해서 구독한 채널들일 텐데 그 집합체는 내 추악한 욕망을 마주하는 듯 꺼림칙하게만 느껴졌다. 영상 하나하나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무색하게도 내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나를 자극에 점점 더 둔감해지게끔 만드는 잡탕찌개들.


한참 시간을 들여 일일이 구독을 취소하고 완전히 유익하다 생각되는 채널만 남겨두니 채 열 개가 되지 않는다. 완전히 취향이 없는 사람의 것 마냥 깨끗한 상태. 그랬더니 sns 계정을 지우기라도 한 듯 단숨에 무료해지는 시간들. 때때로 멍해지는 나를 느꼈지만 일종의 명현반응이라 생각했다. 유튜브 없이 지나간 주말이 얼마 만의 이야기인지. 그 덕에 작 년 한 해 동안 고작 한 권 읽은 북클럽 책을 올해 1월에 벌써 한 권 읽었으니 이게 대체 얼마큼의 발전인지.



-Ho


2021년 1월 3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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