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일흔 다섯 번째 주제
내가 제일 숱하게 해주던
이야기는
"선택권은 네게 있다" 였어.
사랑을 받는 쪽에 서는 것도
사랑을 주는 쪽을 걷는 것도
다 너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거라고.
그렇게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던 내가
누군가를 붙잡고 마음을 얘기할 때
이렇게 어려운 감정이었음을
그땐 몰랐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건지 몰랐지.
이토록 아리도록
그리워하고 욕심내는 쪽이
될 줄 몰랐거든 내가.
-Ram
예전에 어떤 오빠는 내게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오빠 여자친구는 해외에 잠깐 어학연수갔던 상태였었지.
난 '조금만 기다리면 곧 올거야'라고 대답하면서 당시 듣던 노래를 추천해줬다. 좋으니 들어보라고.
같은과 오빠였는데 비슷한 동네에 산다는 이유와 듣는 노래가 비슷했고, 성격도 생각보다 잘 맞아서 친해졌었다.
종종 1호선 안에서 마주치기도 했었다.
뭔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는 절대 이성 간으로 생각되지 않았고(뭔가 그러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남매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친해졌었다.
서로 매일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집에 가던 길에 만나기라도 하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던 사이.
서로 만나고 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때론 감정이 격해지면서 상스러운 욕도 튀어나왔고,
서로 철없이 누군가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말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았던 그런 사이.
하루는 그 오빠가 나보고 그러더라.
친구가 오피에 가자고 했다나 뭐라나.
사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확실한 건 '오피에 가다'라는 말이 들어갔었다.
사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오피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알고 보니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는 곳을 그렇게 부르더라고.
해외에 있는 여자친구는 보고싶은데, 오피가 생각이 났나봐.
너무 서로 편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 편했나봐.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걸 보고 밥맛이 떨어졌다.
편하고 털털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안에 속은 시커멨다. 재미없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거기에 말을 더하면 하기 싫은 대화들이 이어질 것 같아서 말았다.
그리곤 이후 점점 대화를 줄였다.
성매매라는 건 일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인줄 알았지.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20대 초반에 잠깐 다녔던 회사에서 윗 사람들이 회식 후 술만 취하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을 처음 들었고,
두 번째로 주변에 성매매를 하는 사람을 알았던 기억.
-Hee
겉으로는 행복해만 보이는 우리 사이에도
말 못할 고민들이 있었던거겠지
털어놓을 곳 없이 마음 애태우며
남 몰래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했던 우리 모습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깊어지고 애잔해졌던걸까
-Cheol
전에 사귀었던 누구는 왜 힘들 때마다 잠수를 탔고, 누구는 왜 집요하리만치 애정을 갈구했었는지... 회피형은 어떻고 불안형은 어떤지, 그 두 유형은 왜 서로 끌리고 절대로 만나서는 안 되는지. 친구 말을 듣고 있으니 순식간에 빠져든다. 내 애인은 어떤 유형이고 우리는 왜 잘 안될 수밖에 없는지 수학 문제를 풀듯 명쾌하게 풀어주니까 말이다. 당장이라도 애인에게 어차피 우리는 안 될 사이라며 헤어짐을 통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답답한 마음에 애인과 다투었던 일을 조금 늘어놓았을 뿐인데 장거리 연애가 어떻고 사랑이, 결혼이, 돈이 어떻고. 말은 참 쉽지.
결국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할 걸 알면서도 상담이랍시고 답답함을 토로한 게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듣고 싶었던 말과 다른 말을 들어 뿔이 난 것인지, 애인과 나 사이의 디테일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관계에는 공식이란 게 있다는 듯 장담하는 말이 가소롭고 고까웠던지 언짢은 마음만 가득 남았다. 그렇더라도, 어쩌면 그 애 말처럼 이 연애가 결국에는 시간 낭비가 될지라도 마음이 가는 대로, 감정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할 것이다. 뜨겁고 아픈 게 사랑의 속절없는 본질 아니겠는가.
-Ho
2021년 3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