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일흔 여섯 번째 주제
이상하게도 맑은 날이었다.
떨리느냐 자문해도
떨리지 않았던 것만 같았다.
눈 깜짝할 새에
질문의 틈바구니에서 숨을 고르니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낱낱이 고백하는
나의 어떤 모습들.
맥없이 스러지고야 마는
마음으로
나는 또 다른 문을 두드려야 한다.
온통 갈기갈기 찢긴 기분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웃고는
그 자릴 일어나야 했다.
그런 것들이었다.
-Ram
네가 그때 지원해보라고 했었던 그 자리 말이야.
사실 서류부터 떨어질까봐 두려웠어.
그 자리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야.
그 자리가 내 자리라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말하던 네 모습을 보면 볼수록
면접은 커녕 서류 광탈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커져만 갔어.
결국 마치 내가 그 자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
단 10초도 너랑 같은 회사에 다닐 것 같다는 헛된 꿈을 꾸고 싶진 않았어.
네게 희망을 주고 싶지도 않아서 관심이 많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어.
그야말로 헛된 꿈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으니까.
-Hee
"그래서 cheol님이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메트릭이 뭐에요?"
횡설수설 했던 것일까? 나로써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 4차 최종 면접에서 나온 그 질문. 가장 중요한 지표가 무엇이었을까..? 너무 일에 매몰되어서 그렇게 큰 방향과 고민 없이 프로젝트들에 임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조금만 이야기를 듣고도 핵심을 파악하던 면접관. 역시 큰 기업은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이따금 면접들을 봐볼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회사.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기준.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나 스스로도 성에 차지 않았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이는가 싶었다.
검은 머리 휘날리며 계속 나아가자.
스스로 성에 차는 순간에 다다를때까지,
계속 나아가자.
-Cheol
1.
회사를 옮기든 말든 우선은 합격을 한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붙어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인 회사의 면접도 면접이라고 대기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그 공간의 무거운 분위기가 생경하다. 간절함의 크기만큼 커지는 불안. 질끈 감은눈. 떨리는 목소리. 환경에 변화를 조금 주고 싶어 그냥 한 번 지원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다가, 그 분위기에 동화돼 나까지도 긴장감에 짓눌렸다. 소설가의 마음으로 쓴 면접 예상 답변을 수백 번 속으로 되뇌고 얼굴에는 억지로 긴장감을 지우고 미소를 띠려 애를 쓴다. 마치 입사가 이미 확정되기라도 한 듯이.
2.
나 말고 내 부모의 직업, 노후준비, 살고 있는 집의 크기도 스펙이 되는 세상이라, 결혼 이야기를 하다가 애인의 부모를 뵈러 갈 생각을 하면 꼭 면접장에 가기라도 하는 듯 매번 비장한 마음이 된다. 아빠는 당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며 싫은 티를 팍팍 내셨던 외할아버지와 외삼촌들 앞에서 ‘내도 우리 집 귀한 자식인데 이런 대우받고는 결혼 안 할랍니더. 안녕히 계시소!’ 하고 뛰쳐나왔었다던데. 지난해 여름의 면접날에도, 앞으로의 어떠한 면접에서도 내가 갖춰야 할 태도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말라지 뭐!
-Ho
2021년 3월 2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