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일흔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처음 마라탕을 먹었을 때가 언제였지.


나는 원래 처음 겪는 일에는 인색해서

도전을 싫어했다.


너랑 겪는 많은 일들이

새로운 것들이라

나는 사실 두려웠다.


네가 같이 있어준다는

사실은

언제든 사라지는 신기루같아서.


마라탕은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의 집합체였는데,


맵고 짜고 기름진 것들이

어우러진게

어색한 내 팔자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일들이 있었지.


너랑 했던 많은 일들을

누군가와 다시 하게되고

그렇게 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그런 일도 있었지.



-Ram


3년 전 회사 근처에 마라탕 집이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이었던가. 편한 회사친구랑 같이 나와서 둘이 마라탕 집에 갔다. 뷔페처럼 가운데에 완성된 음식들이 놓여있는 게 아닌 각종 채소들, 사리들 등등 음식재료들만 잔뜩 놓여 있었고, 직원은 커다란 양푼 같은 그릇에 원하는 재료들을 골라 담는 거라고 했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신중하게 내가 먹고 싶은 재료들을 담았고, 매운맛은 중간 정도로 주문했다. 같이 간 친구는 매운 걸 먹으면 땀이 폭발하는 친구라 순한 맛으로.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마라탕이 나오길 기다렸고, 드디어 마라탕이 나왔다! 마라탕 국물을 한 술 뜨면서 느낀 처음 생각은, '와 진짜 몸에 안 좋을 것 같다' 였다. 원래 간이 싱거운 나는 이렇게 진한 국물을 대하기가 어색했던 것이지. 그래서 그다음부터 국물은 먹지 않고 안에 재료들만 골라먹었다. 순한 맛은 땅콩소스 맛이 다했더라. 그리고 그 뒤로 다시 그 마라탕 집에 가지 않았다.


3년 전 마라탕 집 근처에도 가지 않던 나는 3년 뒤 말레이시아에서 나는 마라 소스를 찾고 있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마라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말레이시아에는 매운 음식이 그렇게 맵지 않다는 것이 일단 내 매운 맛 니즈를 계속 자극시켰다. 지금 한국음식 중 가장 먹고 싶은 것이 엽떡이니까. 한국에서도 엽떡을 자주 먹진 않았지만 가끔 아주 매운 맛이 땡길땐 엽떡을 찾았다. 근데 말레이시아에선 매운 음식을 찾아 먹어도 그렇게 내 입맛엔 맵지가 않아서 의도치 않게 매운 맛 찾아 삼만리. 그런데 하루는 차이니즈 음식점을 갔는데 거기서 아주 매콤한 시추안 소스 베이스인 누들을 먹고 갑자기 마라가 생각났다! 마라를 먹으면 매운 맛이 충족될 것 같은 기분! 특히 마라탕보단 마라샹궈!


생각해 보니 말레이시아엔 말레이시안차이니즈(말레이시아 국민 중 23~25%)가 많으니 제대로 된 차이니즈 마라요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몰이나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꼭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식당들 대부분이 훠궈집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여기서도 마라가 인기인지 한국 치킨전문점에서도 마라 치킨이 나오고, 한국 돈까스집에서 마라 돈까스가 나오고, 맥도날드에서도 마라버거가 나올 정도니까 당연히 마라샹궈도 찾아보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검색해도 훠궈집만 나올 뿐 아직까지 마라샹궈를 메인으로 하는 전문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마라소스를 사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지난주에 마트에 가보니 하이디라오 소스가 soup용 밖에 없어서 허탕치고 돌아왔다. 나는 볶음요리용이 필요했는데... 언젠가 볶음용 마라 소스를 찾아서 직접 마라샹궈를 만들어볼 테다!



-Ho


얼핏 짬뽕처럼 얼큰하면서도 마라 특유의 향이 가미된 그 맛.


숙주, 정경채, 배추, 쑥갓, 감자수제비, 옥수수면, 중국당면, 백목이버섯, 목이버섯, 새송이버섯, 팽이버섯, 건두부, 부주, 두유피, 비앤나소세지, 완자, 어묵꼬치, 소고기..


이 많은 재료가 담긴 얼큰 매콤 알싸한 탕.


일단 그 중독성 강한 맛도 맛인데 무엇보다 좋은건 탕에 들어갈 신선한 채소와 재료를 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방식도 독특한 것 같다. 함께 재료를 고르는 친구 지인들과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거리는 덤. 시원한 맥주와 함께하는 저녁식사.


그 기껍고 즐거운 시간들이 함께 곁들여져 더 생각나는게 아닐까



-Cheol


개인 사정으로 이번 주도 휴재합니다.



-Ho


2021년 4월 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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