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만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든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꽤 마음에 들어 하던 식당이 있었다.


다른 가게가 그러하듯

소박한 반찬과 메뉴 몇가지가

특별하지 않은 곳이었다.


항상 변함없이 똑같았던 것들.


아부지가 좋아하시던 김치만두,

엄마랑 먹던 단지 속에

섞박지.

그리고 나에게 항상 시켜주시던

왕만두.


그 가게가 어쩌면 지금도

있는지, 사라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도

그냥

그런 그리움이 있다는 것으로

묵묵히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Ram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 중간에 살면 시내버스보다 마을버스가 더 쏠쏠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살던 집에서 바로 언덕 위로 올라오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늘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물론 시내버스도 다녔는데, 언덕을 지나 큰 길로 나가서 타는 시내버스보단 집 위 언덕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마을버스를 자주 애용했다. 하루는 퇴근 후 마을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만두트럭이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들이 트럭 뒤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연기에 홀린듯 만두트럭에 다가가서 김치만두를 샀다. 예전에 평택 집 앞 재래시장에서 먹었던 속이 새빨간 김치만두가 생각났다. 집에와서 만두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홀라당 한 팩을 끝냈다. 다음날이 되었고, 퇴근 후 다시 만두트럭이 있다면 만두를 사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마을버스에서 내렸는데 트럭자리가 허전했다. 그 뒤에도 6일 동안 만두트럭을 생각하며 버스에서 내렸는데 만두트럭은 없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일주일 뒤 다시 만두트럭을 발견했다.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매주 화요일마다 우리동네에 온다고 했다. 그 날 뒤론 만두트럭이 언제오나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화요일을 기다렸지. 3주 연속 사먹으니 만두트럭 사장님이 나한테 만두쿠폰을 줬다. 단골이기 때문에 쿠폰 10장을 모으면 만두 한 팩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만두를 사먹으며 쿠폰 모으는 재미까지 생겼는데, 결국 쿠폰10장을 다 모으기도 전에 그 집에서 이사를 갔다. 그 뒤론 예전 집 동네를 거의 가지 않아서 만두트럭을 볼 수 없었다. 잠만 잘 용도로 구했던 작고 작은 그 집에선 의외로 추억이 많았다.



-Hee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속에서 자글자글 주름진 만두피. 탱글탱글한 자태로 푸짐한 모습을 뽐내는 왕만두. 간장을 담은 종지에 살짝 찍어 앞접시에 두고는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갈라 국물과 함께 호호 불어 먹던 왕만두.


왕만두전골을 처음 먹었을 때 왕만두의 크기만큼이나 그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 왕만두는 그렇게 내 시선을 온통 강탈했었다.


아무래도 널리 퍼져있어 흔하게 느껴지는 탓일까? 점점 나이가들고 먹는 음식이 다양해질수록 손이가지 않는 왕만두. 그래도 군침돌게 만드는 그 만두전골 만큼은 잊을 수 없지 싶다.



-Cheol


만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만두가게 사장이었던 사람과 만날 때부터 그랬었다. 나는 주말 아침이면 북촌까지 올라가 만두 빚는 걸 거들었었고 그 사람은 헤어질 때든, 퇴근 후에 만날 때든 내 손에 뜨끈한 갈비만두, 튀김만두를 한 봉지씩 들려줬었다. 밥 먹으러 갈 건데 굳이 이걸 왜 가져왔나 물으면 그냥,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서...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니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그때만큼은 좋았다가 이제는 좋아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Ho


2021년 4월 1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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