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아흔 세 번째 주제
듣기 싫은 말 중에
역설적으로 뱉는 것들이 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널 위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생각해 봤는데,
등등
뒤따라올 아쉽고 모난 소리를
딱 한꺼풀 포장해서
내미는 말.
나에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아낌없는 조언.
혹은 듣고 싶지 않았던 진실.
그냥 그런 말에
무뎌져가는 내가 더 가엽고
불편한 참견은
30년 동안 잊지 않고 끼어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는
참견에 기가 차다가도
나도 언젠가 혀끝으로
저런 말놀림을 하진 않았나
부끄러움을 찾아본다.
듣기 싫으면서
가장 하기 쉬운 말.
그래서 내가 그걸 좀
생각해 봤는데 말야.
하하.
-Ram
1.
예전에는 절대 생각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
하루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마음이다가도 하루는 바늘구멍보다도 더 작아져 버리는 속.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답일 때가 있다.
특히 종종 찾아오는 변화무쌍함에겐 시간이 답이야.
누군가에겐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눈 비비는 것처럼 쉽겠지만
세상에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답답한 사람에겐 가장 어려운 해답이기도 하다.
4.
30대가 된 아무개는 세상 다 산 것처럼 말한다. 이제는 기회를 잃었대. 예전엔 저랬는데, 이제는 이렇대. '지금도 젊다'라는 말 밖엔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Hee
버스 창가에 앉아
지하철에 앉아
몇일이나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게 말야.
몇 날 몇 일을 마음속에 꽁꽁 싸메고
담아뒀던 그 생각들..
결국 우리가 만나는 날이 되어
별일 없을것 같은 카페에 마주앉아
아이스 라떼를 손에 쥐고
마침내 네 눈동자를 마주보고
"생각해 봤는데 말야.."
-Cheol
1.
물길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다. 잘 될 일은 어떻게 해도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져 잘 풀리는 것처럼, 인생도 결국 될 놈은 될 거라 믿으며 살았다. 내 물줄기가 주류를 벗어나 옆으로 잠시 빠르게 흐르다 이윽고 땅속 깊이 스며드는 것인 줄도 모르고. 생각해 봤는데, 나는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듯 산 것이다. 최선을 다한 다음 운이 나를 이끌 거라 굳게 믿으며 산 것이 아니었고, 로또 한 장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는 꿈을 꾼 것이라.
2.
근 일 년 동안 받은 스트레스의 총량은 모르긴 해도 지난 삼사 년 동안 받은 양보다 큰 게 분명하다. 직장도 가정도 모두 막장에 부닥친 듯 막막하고 다시금 새로운 환경을 찾아 도망치고 싶다. 점점 커지는 부담과 압박. 나는 분명 대충 산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중이리라. 세상이 다 같이 한순간에 망했으면 좋겠는데 망한 인생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아 가능성 없는 생각마저도 멈춘다. 언젠가 소나기가 거세게 내려치는 순간에는 말라버린 샘에서도 홍수처럼 물이 불어나 넘치는 것처럼 그런 날이 있긴 하겠지, 있으면 좋겠다 약간만 바랄 뿐.
-Ho
2021년 7월 1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