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아흔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고집이 정말 세다.


내가 꼭 하고픈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누군가의 고집을 꺾어야

비로소 안도감이드는

못된 심보.


꾹꾹 눌러참던 심보를

처음 터뜨린것은

대학 합격 때였다.


그 때엔 정시 접수를

가,나,다 군에 하면

차례로 합불결과를 알려주었었는데


나는 특이하게

가군에 집에서 제일 가깝고

커트라인 안정권에

들어가는 곳을 넣었다.


그리고 나군,다군은 수도권

상향지원.


당연히 가군이 먼저 합격발표가 나고

부모님도 너무 좋아했지만

나는 다군 발표를 기다리고 싶었다.


부모님은 거리도 멀고

사립이었던 나,다군에 보내기 싫어하셨다.

물론 나는 다군 학교에 가장 가고 싶었고.


그렇게

내 고집버튼이 켜졌다.


막무가내로 합격하면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부모님과 다툴 때에

다군 학교에 덜컥 붙었고


그렇게 첫 고집의 승리로

집에서 멀리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와 누굴 탓하겠어.


부모 그늘이 그립다는 말을

내가 10년째 꺼낼 수 없는 이유가

그런 고집 때문인걸.


그 때 시작한 선택이

지금의 나인걸.



-Ram


지금껏 열에 일곱은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에만 도전했고, 참여했다. 물론 그 일곱 중에서 예상한 결과가 들어맞았던 순간은 99% 이상이었고, 나머지 셋은 도박과, 무모한 도전, 그리고 모험이었다. 겉으론 무엇이든 들이박는 불도저같다고 보이지만 속으론 이미 결과까지 예상해 둔 상태였던 것이지. 그래서 지는 게임엔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질 확률이 높은 것들은 져도 타격이 없을 정도의 횟수로만 (열 중에 셋) 뛰어들었다. 너도 그중 하나였는데.



-Hee


무엇이든 기준을 만들고 판단 하는 것. 합격과 불합격을 판가름하는 그 기준이 항상 문제였다. 우리는 왜 항상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싶어했을까? 단지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을 뿐인데.


우리 모두는 오롯이 한명 한명 소중한 존재들일 뿐인데, 무엇이 우리를 합격과 불합격 사이로 갈라놓는 것일까?



-Cheol


1.

“새 다리가 생긴 기분이야. 앞이 보이지가 않아서 마음 졸이며 한 발 한 발을 절뚝이듯 걷다가 고장 나버린 다리를 떼어내고 새것으로 갈아치운 느낌이라고. 어디가 끝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 긴 동굴 끝에 다다라 이제야 빛을 보게 됐잖아. 뛰는 것 뿐이겠어? 기분 같아서는 날 수도 있을 것 같아.”


2.

애인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도 딱히 기쁘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분명 나도 기다려 마지않았던 소식인데 말이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랬을까, 좀처럼 믿기지 않아서 그랬을까. 결과가 합격이라면 나의 역할은 열렬한 축하가 분명한데도 이제야 겨우 시작이라는 말만 전했다. 딱히 초 치고 싶은 마음도 없이 말이다. 좋은 일에는 그냥 좋아만 하면 되는데 여전히 그게 참 어렵다. 동굴 끝은 뻥 뚤린 대로가 아니라 낭떠러지일 가능성이 더 높을 거라는 말을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랄까.



-Ho


2021년 8월 2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