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서른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제일 멀리에 있어도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가까우면서도

당연한 존재.


그렇게 쉽게 소홀해지는

미묘한 관계.


따지고 보면

나의 그늘은 늘 가족이었다.


반대로 그 그늘을 유지하려

무던히 애쓰곤 했다.


뜨거운 볕에서 달아날 때에도,

달려나가 놀고플 때에도,


나는 우리 가족의

그림자 속에 들어있었다.


가장 보고싶으면서도

가장 먼 존재.


사랑하면서도 당연한 사랑이

서로를 좀먹게 되는 관계.


미워도 달아날 수 없고

좋아도 평생을 가질 순 없는

소중한 나의

그런 사람들.



-Ram


난 늘 떠났고, 뒤를 돌아보지 않던 입장이었다. 남은 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마음이 허하고 뭔가 허전한데, 그곳에 남아있어 실제 피부로 부재(不在)를 느낄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어려울까. 그 마음이 느껴져버리니 앞으로 예정되어 있지도 않은 부재(不在)들이 이내 두려워졌다.



-Hee


결혼 준비란 단지 결혼식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가족이 되는 준비를 하는 말이라는 게 이제는 조금 와닿는다. 그동안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많이 싸웠고, 그럼에도 끝끝내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던 가치관의 차이에 절망했고, 하는 수 없이 여태 살아왔던 대로 똑같이 각자의삶을 살아가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납득하게 되어버리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파혼을 하고 누군가는 가족이 되는 게 아닐까.


처음에는 명절에 집을 갈지 여행을 갈지, 아이를 키울지 말지, 경제권을 누가 가질지, 씀씀이와 용돈의 적정함 같은 문제로 싸우면서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그 뒤부터 우리는 고작 우유가 몸에 좋다/해롭다, 담배는 죄악이다/기호식품이다 정도의 문제로도 감정을 몽땅 태워버리며 격렬히 싸우게 됐다.


스스로의 가치관으로 서로의 생각을 뒤엎지 못하는 것이 분해 못마땅하고, 상대가 내 가치관에 자그마한 영향이나마 끼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 대화는 대화의 기능을 하지 못한지 오래. 배려라곤 찾을 수 없는 모습. 누구도 신혼부부의 모습이 이러할 거라 상상치 못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있다. 대화가 제 역할을 해서 싸움이란 게 일어날 일이 없는 가족이 있는 반면, 서로 숨 쉬는 소리마저 거슬려서 괜히 시비를 걸어야만 속이 풀리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미친 듯이 싸우고도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처럼 돌아서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평생을 서로와 살고 싶어서 상대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결국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가족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튼간 믿음으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Ho


가족의 개념은 흐릿해질것이다. 느슨한 공동체가 생길 것이다. 기존 가족들은 피폐해질 것이며, 새 가족은 더욱 느슨해질 것이다. 새 시대의 가족은 기존 가족의 끈끈함을 연기할 것이다. 그마저도 두 세대 뒤면 사라질 것이다.



-소고


2022년 5월 2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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