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사십 번째 주제
어떤 길을 돌아와도
결국 이렇게 닿을 일이었다.
마음을 돌리려 해도
결국 돌아보면 난 그자리에서
울거나 소리칠뿐,
도망치질 못했다.
모질게 말을 꺼내다가도
이내 네가 뱉어내는 말에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그리운 감정은 끝날 줄을 몰랐다.
사무치게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걸
글자로 쓰지못하고
감정으로만 소리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아팠다.
그런 길이었다.
결국 내가,
내 감정이 우선인
이기적인 길에
나를 밀어넣은 것이었다.
결국 나의
지독한 덫에 스스로 걸린
바보같은 감정인 것이었다.
-Ram
어쭙잖은 기획자가 좋다고 쫓아다녔던 A는 결국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의 직업인 기획자가 되어 연봉을 원하는 대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자리로 올라가 이젠 그 자리에서 사내정치까지 하고 있었고, 집에서 캔맥주를 3~4캔씩 까먹던 B는 결국 술 취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 점심이고, 저녁이고 마음껏 술을 마셨고, 올 듯 말 듯 한 사람을 쫓았던 C는 결국 원하는 결혼을 한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가끔씩 A는 한 줄기, 아니 1%도 되지 않는 미세한 희망을 좇아 손수 편지를 쓰려는 시도를 했고, 남다른 예민함을 가진 B는 언제 터질지 모를 마음속 응어리를 조금씩 키우고 있었고, 어쩌다 한 번씩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생존신고를 했던 C는 누군가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Hee
한 번 만나자는 말만 지겹도록 늘어놓고 10년째 만나지는 않았던 초등학교 동창 둘을 청첩장 핑계로 만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괜히 마음이 평안하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다. 청첩장을 주며 결혼 소식을 알리는 일이 혼인신고만큼이나 생경했기 때문이다. 결혼은 함께 더 잘 살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결혼 준비를 하며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이제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는 돌멩이 같다. 누구 하나가 바람을 피운다든가 하는 파격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음 주 이 시간 즈음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결혼식을 진행한 뒤 부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과정이 그다지 순탄치 못했으니 지나고 나서 결과론적으로는 잘 한 일이 될 수 있도록 더 애써야 할 것이다. 후회 없도록, 아쉬움 없도록. 나는 내 전부를 지영에게 주거나 버려야 할 것이다.
-Ho
결국 시간은 흐른다. 단절처럼 끊어져보여도, 몇 가닥쯤은 끊어져있어도 그것들을 길게 늘어뜨리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 삶이 고되고 쓰더라도 내일은 오고, 그것을 정면으로 부딪쳤을 때 생각보다 별 일 없다는 것을 우리는 가르쳐주고 배워야한다. 그러다보면 즐거운 마음이든 불안정한 마음으로 오늘은 햄버거를 먹을까 카레우동을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자신만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날씨까지 도와주면 더 좋다. 꿀꿀한 기분을 끌어안고 새파란 하늘 아래를 걷는다는 건 그런대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 사는 것은 큰 대의가 벌떡 서는 것이라기보다는 카레나 햄버거(여기에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넣어도 좋을 것이다)를 먹을지, 후식은 생략할지 고민하는 것일테다.
-소고
2022년 6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